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방한중인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도쿄도지사를 접견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후 일본 인사를 청와대에서 접견한 것은 지난해 3월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 이후 1년 반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한일 관계가 경색됐다는 얘기다. 역으로 이번 접견이 갖는 의미가 남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이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전후해 한일 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한일 양국 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최근 한국 중견 언론인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한일 정상회담 희망 의사를 밝히면서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한 바 있고, 이날도 마스조에 지사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도 한일 관계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대전제에는 공감하고 있다. 누구보다 일본의 역사 도발 등에 강경한 자세를 보여온 박 대통령이 이날 마스조에 지사를 접견한 것 자체가 원칙은 지켜나가겠지만 관계 경색을 풀기 위한 대화 자체는 거부하지 않겠다는 뜻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최근 유흥수 전 의원을 주일대사로 내정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유 내정자가 77세의 고령인데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각별한 인연으로 인해 인사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긴 하지만 그가 일본 정관계 원로들을 많이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에 대화의 문을 열어 놓겠다는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일본 지도자들의 `정상회담 희망' 수사(修辭)나 한국 정부의 관계 회복 필요성에 대한 상황인식만으로 양국 관계가 회복되기는 어렵다.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 지도자들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이날 마스조에 지사 면담자리에서 일본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언행을 비판하면서 "영토는 국민의 몸이며 역사는 국민의 혼이다. 올바른 역사인식을 공유하면서 두 나라가 안정적으로 관계발전을 이뤄갈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당부한 것도 올바른 역사 인식을 공유하지 않고는 건강한 양국 관계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일 관계의 실타래를 꼬이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아베 총리와 일본의 주요 정치인들이다. 그들의 노골적인 역사 수정주의 태도와 언행이 우리 국민을 뿔나게 한 것이다. 화를 돋워 놓은 뒤 한마디 사과도 없이 화해 하자고 하는 것은 남의 뺨을 때리고 나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악수하자며 손을 내미는 것과 다를바 없다. 누가 기꺼이 그 손을 받겠는가. 아베 정권은 먼저 위안부 문제나 고노 담화 훼손 시도 등에 대해 한국 정부가 납득할수 있는 분명한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 때마침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는 어제 일본 정부에 대해 "일본군위안부 피해 여성에게 공개 사과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고노 담화를 검증한다는 명분아래 고노 담화를 훼손한 아베 정권에 대한 국제 사회의 경고인 셈이다. 아베 정권이 진정으로 한일 관계 정상화의 의지가 있다면 유엔의 권고를 존중하는 자세부터 보여야 한다. 그것이 일을 푸는 순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