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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건희 회장 장기부재 속 '경영 쇄신' 박차

[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72)이 5월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사업·지배구조 재편과 함께 경영 쇄신 드라이브를 걸며 조직을 다잡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17일로 입원 100일째를 맞는다. 삼성그룹 측은 이 회장의 병세에 대해 “서서히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구체적인 상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회장은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도 조금씩 강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이 회장이 하루 8∼9시간 정도 눈을 뜨고 손발을 움직이는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삼성그룹은 장기화되는 총수의 경영 공백 속에 당초 우려와 달리 큰 차질 없이 경영을 해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평소 '관리의 삼성'으로 불릴 만큼 잘 짜인 경영 시스템에 이재용(46)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전체의 구심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면서 경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일상적인 업무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경영진이 협의해 처리하지만, 중요한 의사 결정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관여함으로써 사실상 이건희 회장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때 세부 행사를 일일이 챙기며 시 주석을 밀착 마크하는 등 자신감 있는 대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 미국 미디어콘퍼런스에 참석하고 돌아온 지 2주 만에 다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그리고 며칠 뒤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모든 특허 소송을 철회하는 데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양사의 관계가 급진전된 데는 이 부회장의 협상력과 결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피해 노동자 보상 문제와 관련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대화의 물꼬를 틀었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이 입원하고 사흘 뒤인 5월14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합당한 보상을 약속하는 등 쟁점 사항에서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면서 대화를 끌어냈다.

아울러 지난 6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사의 단체협약 협상을 타결지음으로써 수개월 끌어온 갈등을 매듭지은 것도 눈에 띄는 경영 성과로 평가된다.

또한 삼성그룹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 쇄신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경영지원실 소속의 스태프 인력을 각 사업부문 일선에 배치하는 등 현장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는 한편 출장비 축소 등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기는 경영효율화를 위해 그룹 차원의 경영진단을 받고 있으며, 삼성SDI[006400]는 PDP 사업을 정리하면서 장기 근속직원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그룹 전반의 사업·지배구조 재편 작업도 일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주회사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꾸고 내년 1분기 상장을 준비 중이다.

삼성SDS도 연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양사의 상장은 이어질 사업·지배구조 재편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