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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금융단지 1단계 완공…부산 '금융허브' 역할

국내 최대의 업무용 건물인 부산국제금융센터(BIFC)가 오는 22일 준공식을 연다.

부산의 금융허브인 문현금융단지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2009년 부산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후 본격 조성에 들어간 문현금융단지에는 현재 기술보증기금 본사와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자체 사옥을 지어 입주한 상태다.

문현금융단지의 랜드마크인 63층짜리 부산국제금융센터에는 올 연말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 대한주택보증, 예탁결제원,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남부발전 등 부산으로 이전하는 5개 공공기관이 입주한다.

한국거래소, 농협은행 부산본부, 신용보증기금 부산경남본부 등 부산지역 금융기관들도 이곳에 입주한다.

23층 규모의 부산은행 본점 사옥도 지난달 공사를 마무리하고 10월이면 입주를 마칠 예정으로 있어 올 연말이면 문현금융단지는 4만여명의 금융 관련 인력이 상주하는 부산 금융허브로 역할을 할 전망이다.

◇ 국내 최고 업무용 건물 BIFC…한국거래소 등 금융기관들 집결

국내 업무시설 가운데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63층의 BIFC는 지하 3층, 지상 63층에 높이는 289m에 이른다.

2만4천856㎡ 터에 건물면적은 19만7천169㎡ 규모로 지어졌으며, 5천522억원이 투입됐다.

전체 63개층 가운데 최상층과 일부 층을 제외한 92%가 분양돼 현재 입주기관별로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부산에 본사가 있는 한국거래소(KRX)가 50∼62층, 한국자산관리공사가 40∼47층을 각각 사용한다.

한국남부발전은 30∼35층, 대한주택보증은 15∼19층, 한국주택금융공사는 23∼27층에 각각 입주한다.

한국예탁결제원은 36∼39층, 농협 부산영업본부는 8∼9층, 신용보증기금은 14층에 자리 잡았다.

이밖에 한국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의 선박금융 관련 업무를 통합한 해양금융종합센터와 한국해운보증기금, 한국선박금융 등 선박 및 해운금융 관련 기관들도 올해 안으로 이곳에 입주한다.

◇ 부산 금융기능 한 단계 도약 기대

문현금융단지가 본격 가동되면 부산의 금융기능이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 자본시장의 심장인 한국거래소는 BIFC 입주와 함께 장내·외 파생상품 거래와 제1금융권의 파생거래를 부산으로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또 해외 선진시장과 연계거래를 확대하고, 글로벌 인수합병(M&A)를 추진해 국제경쟁력을 높여나가기로 했다.

BIFC 입주와 함께 28억원을 들여 830㎡ 규모의 홍보관을 설치, 부산시민과 청소년을 위한 금융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BIFC에 입주하는 지방이전 공공기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620명의 직원이 부산으로 이전한다.

캠코는 부산 이전을 계기로 신용회복 및 서민금융 지원업무를 강화해 서민경제 활성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부산의 금융중심지 기능 강화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은 1천200여개 개관투자자와 600만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주식, 채권 등 증권 3천조원을 종합관리하는 등 글로벌 자본시장과 국내 자본시장을 연결하는 관문 기능을 하는 기관이다.

경영전략, 경영지원, 재무회계 등 후선업무와 증권청산결제, 펀드결제, 정보사업, IT, 국제협력 등 주요 비즈니스기능과 본사 인원의 55%에 해당하는 220명이 부산으로 옮겨온다.

국내 유일의 주택보증 전담기관인 대한주택보증은 주택분양보증과 주택사업금융보증, 분양계약자 재산권 보호 등 역할을 하면서 서민주거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대한주택보증은 주택도시기금(현 국민주택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부산지역 주택시장 발전에도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다 경남은행 인수를 계기로 글로벌 금융지주사로 발돋움하려는 BS금융지주도 신축 부산은행 본점에 입주하면서 부산 금융중심지 역할 강화에 힘을 보탠다.

BS금융은 2015년 자산 100조원, 당기순이익 5천억원을 달성해 2020년까지 아시아 30대 금융지주사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칭다오에 부산은행 지점을 연 데 이어 베트남 호찌민에도 부산은행 지점 개설을 추진 중이며,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에 캐피털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필리핀 메트로은행, 라오스의 코라오그룹, 인도네시아 프르마타 은행 등 동남아지역 금융기관들과 잇따라 업무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 시장기능 미흡과 해외 금융기관 외면은 한계

문현금융단지가 BIFC 완공으로 금융허브의 하드웨어는 갖추게 됐지만 실질적인 국제금융 비즈니스의 거점이 되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점이 있다.

이 곳으로 이전하는 금융 공공기관 대부분은 본사 기능의 일부를 시장기능이 원활하고 자본이 집중된 서울에 남겨둘 예정이다.

한국거래소의 예에서 보듯이 임직원이 서울과 부산 본사를 오가며 기능을 분산해 본사 이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민간 금융기관이나 해외 금융기관이 한 곳도 입주하지 않았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이다.

문현금융단지는 정부와 부산시의 노력에도 공공기관만 입주할 뿐 민간과 해외 금융기관들로부터는 외면받고 있다.

금융산업은 철저히 시장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당장 부산에 시장기능을 강화하고 자본의 집중도를 높이는 것은 역부족일 수 있다.

따라서 정부나 부산시 차원에서 입주 금융기관에 과감한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교육이나 주거 등 정주여건을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박인호 부산금융도시시민연대 대표는 "문현금융단지는 부산 금융허브로 역할을 할 충분한 인프라와 여건을 갖추고 있다"며 "다만 문현금융단지의 조속한 정착을 위해서는 입주기관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부산의 금융기반을 확충하는 등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