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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2천원 인상 효과 '제한적'

[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11일 정부가 지난 10년동안 2,500원에 묶여있던 담뱃값을 2천원 올리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정부가 내세우는 가장 큰 인상 명분은 '국민건강 보호'이다. 현재 우리나라 흡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 만큼, 담뱃값을 올려 오명을 벗겠다는 얘기이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으로 증액된 ‘건강증진부담금’ 은 최대한 금연 정책 사업에 활용해 성인 남성 흡연율을 현재 44%에서 2020년까지 29%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담뱃값 수준과 담배 수요가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국내외 사례나 학계 연구결과 등에서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지만,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정부가 '흡연과의 전쟁'에서 제대로 이기려면, 담뱃갑 흡연경고그림 등 가격 외 금연 정책의 수위도 함께 높여야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우선 정부는 앞서 2004년말 담뱃값 인상(2,000원→2,500원) 후 흡연율이 낮아졌다는 사실을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금연정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당시 담뱃세를 500원 올리자 57.8%에 이르던 성인 남성의 흡연율(2004년 9월)이 44.1%(2006년 12월)까지 13%포인트이상 떨어졌다.

특히 구매력이 약해 가격 변화에 민감한 청소년의 흡연율은 6개월만에 4분의 1 정도 뚜렷하게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담배가격 인상만으로는 현재 40%를 크게 웃도는 우리나라의 흡연율을 끌어내리기에 충분하지 않다는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담배가격 정책과 흡연율 분석' 논문에 따르면, 정부가 다른 비가격 정책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담뱃값을 2천원 올리면 우리나라 흡연율은 44.5%(2011년 기준)에서 2015년 39.4%를 거쳐 2020년 37.4%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가격 인상폭을 3천원, 4천원, 5천원, 6천원으로 키우면 2020년 흡연율은 각각 36.3%(감소폭 8.2%p), 35.5%(9.0%p), 34.9%(9.6%p), 34.4%(10.1%p)로 추정됐다.

반대로 가격 정책은 배제하고 내년부터 담뱃갑 포장 규제(흡연경고 그림, 문구 등), 직장·식당 금역 구역 설정, 청소년 접근 제한, 금연치료 등 비가격 금연 정책만 시행하면 시뮬레이션상 2020년 흡연율은 31.7% 수준으로 추정됐다.

결국 가격이건 비가격이건 한쪽 금연 정책만으로는 2020년 흡연율 목표인 29%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담뱃값을 2천원 올리고 동시에 비가격 금연 정책을 모두 사용하면 2020년 흡연율은 27%대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논문에서 “최소 2천원이상 담뱃값을 올리고 비가격 금연 정책을 최대한 강화하지 않으면 20%대인 2020년 흡연율 목표는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