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유가는 당분간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증시에서도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을 놓고 계산이 분주하다.
일반적으로 유가 하락은 원유 순수입국인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항공을 포함한 운송업종은 유가 하락의 직접 수혜주로 꼽히며 주가가 연일 상승세다.
그러나 유가가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세계 경제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에너지 관련 업종은 물론 경기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올해 6월 말과 비교해 현재까지 약 37% 하락했다.
8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66.19달러로 2.88달러 떨어졌다.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65달러선까지 내려왔다.
이날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65.62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0.62달러 떨어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달 27일 감산 합의에 실패한 이후 최저 가격이다.
최근 유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단기에 가파르게 추락했다. 달러 강세, 원유의 과잉 공급, 신흥국 수요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유가는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OPEC은 중장기적인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당분간 낮은 가격 수준을 용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쿠웨이트 국영 석유기업의 최고경영자(CEO) 타리크 자히르는 "내년 국제유가는 배럴 당 65달러 수준에서 6∼7개월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OPEC의 감산 합의가 무산된 데다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도 확대되고 있다.
급격한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적지만 원유 생산국 간의 공급 경쟁이 끝나기 전에는 저유가 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중국, 인도 등과 더불어 저유가 장기화의 수혜국으로 분류된다.
최진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저유가는 수입물가의 하락을 유발해 교역량을 증대시킨다"며 "선진국의 수입물량이 늘어나면 신흥국의 생산 경기가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유가 하락의 여파로 러시아, 멕시코 등은 경상수지가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유가 급락 이후 신흥국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등 위험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여기에 원·엔 환율 하락 등의 변수가 있어 국제유가 하락이 반드시 한국 경제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국제유가 하락과 원화 약세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중국의 빠른 기술 습득과 엔저라는 변수를 대입하면 한국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도 저유가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업종별로는 항공주가 오르고 정유주가 하락하는 등 저유가에 따른 차별화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오전 10시 15분 현재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은 각각 3.90%, 3.09% 올랐다.
반면에 SK이노베이션[096770](-2.09%), S-Oil[010950](-0.55%), GS[078930](-0.85%) 등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