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가 갈수록 심상치 않다.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다시 사상 최저치로 폭락했다.
러시아 금융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여러 차례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속수무책으로 치솟는 환율을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인 상태다.
이날 오후 모스크바 증시에서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은 한때 전날 종가보다 3.07루블 오른 달러당 61.25루블까지 치솟았다. 유로 대비 루블화 환율도 전날 종가보다 3.79루블이 오른 달러당 76.10루블에 거래됐다.
달러와 유로 환율 모두 각각 심리적 경계선인 60루블과 75루블 선을 뚫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초에 비해 달러 환율은 87%, 유로 환율은 68%가 오른 것이다.
러시아 금융 당국은 지난 11일 5억 달러를 투입하는 등 최근 11일간 환율 방어에 총 59억 달러를 투입했지만 추락하는 루블화 가치를 붙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은행이 지난 11일 환율 압박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9.5%에서 10.5%로 1%포인트 인상한 조치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지 주요 주가지수인 RTS 지수도 폭락 행진을 계속했다. 이날 오후 RTS 지수는 2009년 상반기 이후 최저치인 720선까지 추락했다. 전날보다도 9% 이상이 떨어진 수치다.
현지 신문 ‘니자비시마야 가제타’(독립신문)는 "국제 저유가와 자본 이탈, 투자 분위기 위축, 서방 제재에 따른 외화 조달 어려움, 금융당국의 정책에 대한 불신 등이 루블화 가치 폭락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 진단했다.
러시아는 외화 조달의 50% 이상을 석유·가스 판매에 의존하고 있는데 유가 급락으로 손에 쥐는 외화마저 줄어들고 있다. 그 결과 대외 채무 상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문제는 국제금융 시장이 러시아 기업에 대해서는 빗장을 걸면서 빚 상환을 위한 자금 조달 길도 막히고 있다.
당장 내년까지 갚아야 하는 빚이 1250억 달러로, 일부 은행과 기업은 이미 정부에 SOS를 치고 있다. 자칫 러시아에서 제2의 모라토리엄(채무 불이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러시아의 경제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에 계속 머물면 내년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이 4.5∼4.7% 감소하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불황에 빠지는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러시아 신용등급이 현재 적격 투자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BBB-에서 투기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지난달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