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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면하던 중남미 투자 약속…의중은?

[재경일보 이예원 기자] = 중국이 경제난을 겪고 있는 남미 국가들에 대한 투자를 약속했다.

8일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200억 달러 상당의 투자를 받는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FT)는 아직 니콜라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방중 중 그가 얻고자 했던 ‘자금조달 생명줄’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냈다. 이 신문은 중국의 경제 부진과 원자재 가격 붕괴가 중남미 국가의 러브콜과 중국의 주저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그동안 중국은 산유국 중에서도 가장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짐바브웨의 긴급구제 자금요청까지 외면해 왔다.

또 이러한 신중한 자세는 중남미 국가들에게는 단연 나쁜 소식이다.

지난 10년동안 중국은 중남미 지역에 1000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또 중남미 국가들은 올해 1월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자금조달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에게 있어 칠레, 브라질, 페루는 모두 중요한 무역·투자 상대국이지만 투자·대출 잔액이 가장 큰 국가는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등 좌익계 정부와의 협정이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서방자본시장에서 배척되고 있어, 중국 자금을 “남남대출(south-south alternative)’ 로 표현한다. 즉 민간 대출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다자간대출에 대체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중국을 이 지역에서 불안정한 일부 경제국으로 만들 뿐이다.

원자재 붐의 종말로 중국은 다시 새롭게 지원을 얼마나 제공할지 결정해야만 한다.

중국은 1월 초 베네수엘라 고(故) 우고 차베스(Hugo Chavez)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미국을 제외하고 설립한 중남미 지역 단체인 ‘중남미 카리브해 공동체(CELAC)’과 첫 수뇌회담을 개최했다. 중국 국유은행과 기업들은, 국제 금융과 국제 투자 분야에서는 비교적 새로운 참가자로 중남미 투자가들이 갖고 있는 경험에 대해서도 아직은 생소한 단계에 있다.

‘방 안의 용: 중국과 중남미 공업화의 미래’ 저자인 보스턴 대학 케빈 겔러거(Gallagher Kevin)는 “중국이 디폴트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모두가 주목하고있다” 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 ‘백지수표’ 외교로 비난받은 중국은 중남미 대출을 안전성에 주의해왔다. 특히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등 대출에 신중했고, 양국 대출의 대부분은 석유 수출이 담보된다.

갤러거씨는" 원자재가 담보된 대출은 1000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중국의 중남미에 대한 투자·대출 잔액의 약 절반을 차지할 것" 이라고 추정했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가격의 급감과 무질서한 정책 영향으로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새로운 자금 조달에 분주 할 수 밖에 없다. 베네수엘라의 외국 채권 수익률은 현재 24%라는 엄청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원유가 배럴당 약 50달러에 거래되고 있는 가운데, 컨설팅 기업 에코아날리티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스드루발 올리베로스(Asdrubal Oliveros)는 "베네수엘라가 필요로 하는 자금 조달액을 200억 달러" 라고 추정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투자·대출 잔액을 늘리는 것에 주저해왔다. 중국은 이미 베네수엘라 정부에 510억달러 대출해왔다.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 알레잔드로 그리산티(Alejandro Grisanti) 는 “(중국이) 새로운 신용 수여에 대한 대가로 원유에 대한 접근 증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고 설명했다.

유라시아 그룹 애널리스트 리사 그레이스타고(Risa Grais-Targow)는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집중적으로 투자·대출을 하고 있어, 정권 교체 전망에 대해 우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고 지적했다.

한편 홍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베네수엘라 대출규모 40억달러를 다음달 기한까지 재갱신할지 여부를 명확히 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협력의 길은 열려있으며 순조롭다” 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 지원 실현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중국이 지원한 다른 사례들에서 위안을 얻을지도 모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에콰도르의 경우, 공공 지출 유지를 위해 중국 수출입은행이 2%의 금리로 30년간 53억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또 라파엘 코레아(Rafael Correa) 에콰도르 대통령은 중국국가개발 은행에서 추가로 15억 달러와 중국수출입은행과 중국은행에서 총 75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