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이 7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한식에 대한 인지도가 아시아권에서는 상당히 높지만, 유럽과 미주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식 인지도는 아시아에서 높은 편이었다. 중국 옌벤(延邊)에서 99.8%로 가장 높았고 베트남 호찌민(99%), 중국 베이징(北京)(98.2%), 홍콩(95.6%), 상해(上海)(95.2%), 필리핀 마닐라(93%), 일본 도쿄(東京)(87.2%)의 순이었다.
베이징, 상하이, 옌벤, 호찌민에서는 한식당이 가장 자주 가는 식당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반면 런던(41.6%), 파리(46.2%), 시드니(55.2%), 뉴욕(67%) 등 아시아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한식 인지도가 낮았다.
한식은 왜 정부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미주에서 인기가 없는 것일까?
1. 계량을 통한 맛의 표준화가 힘들다.
한식은 조리시 계량을 통한 맛의 표준화가 힘들다. 이는 손맛을 중시하고 비교적 숙성 요리가 많은 한식의 특징 때문이다. 시중의 레시피북도 "알맞게", "적당히", "오랜 시간" 등의 애매한 수식어로 조리과정을 설명하기 때문에 결국엔 조리하는 사람마다 맛이 달라진다. mm 단위까지 계량해서 제조할 수 있는 양식과 비교하면 상품으로 가공하기 위해 필요한 '맛의 표준화'엔 열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2. 일품(一品)요리가 적다.
한식엔 밥, 국, 반찬 등 차림상 문화가 있다. 이 때문에 패스트푸드화가 어려워 특히 미주시장에서 열세를 보이는 원인이 된다. 미주와 유럽 지역에도 패스트푸드 스타일의 한식 프랜차이즈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메뉴가 기름에 볶는 중국식으로 각색한 경우가 많아 한식의 온전한 풍미를 즐기기엔 어렵다. 또한 이동하거나 서서 먹기가 힘들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3. 고급화에만 치중하고 있다.
'스시'로 대표되는 일식은 해외에서 고급 음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동시에 먹기 쉬운 캘리포니아롤이나 편의점 판매용 초밥 등 저가 식품군에도 일식 제품이 있어 대중성을 확보에 유리하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한식사업은 한식을 고급음식으로만 포장하려한다. 한식재단에 등록된 세계 한식당도 대부분 레스토랑 형식이며 가판대나 마트에서 값싸게 살 수 있는 한식 제품을 양성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해외에서 한식이 대중화 되려면 외국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영역에도 한식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

4. 외국인의 입맛을 고려하지 않는다.
한식이 자극적인 음식이란 인식은 이미 전 세계에 퍼져있다. 이는 한식의 개성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식의 세계화를 막는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의 한식 세계화 사업은 김치와 찌개, 비빔밥 등 자극적인 한식 메뉴 마케팅에 주력하는 모습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경우 김치나 찌개류보단 오히려 치킨, 불고기, 갈비, 파전, 엿, 식혜, 붕어빵, 한과 등의 '맵지 않은' 음식이나 후식 메뉴에 대한 선호가 높다. 모든 한식 메뉴가 자극적인 것이 아닌데도, 이미 알려진 몇몇 자극적인 메뉴만 홍보하려 하는 정부의 한식 세계화 정책은 자승자박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한다.

5. 문화 콘텐츠 개발에 게으르다.
한식엔 특색 있는 다양한 요리가 있으며 지역별로 특성도 크다. 하지만 수출되는 한식을 보면 그 종류가 매우 제한적이다. 정부의 한식 세계화 패러다임은 오래전부터 김치에만 국한되어 있었고, 최근 들어 불고기와 비빔밥 등으로 확대되었다. 2011년에 발표된 해외 수출용 한식 마케팅 애니메이션인 '김치 전사'만 보아도 정부의 생각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 애니메이션은 낮은 질적 수준으로 악평을 받았으며, 외국인에게 한식과 한국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국가 예산 1억 4000만 원 이상을 투자 받아 제작되었지만,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제작사에 자금만 쥐어주었을 뿐 작품 제작에 대한 관심과 감독은 저조했다. 결국 저급 콘텐츠를 생산하며 국비만 낭비한 꼴이 되었다.
일본의 경우 수많은 양질의 요리 만화와 애니메이션, 영화를 통해 세계인의 뇌리에 일식을 강하게 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영향력 있는 글로벌 한식 콘텐츠는 2003년에 제작된 '대장금'이 유일하다. 한식에 대한 양질의 소스가 있음에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한식의 세계화를 주도하는 정부에 콘텐츠 관련 전문인력이 부족하거나, 혹은 콘텐츠 제작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