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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준 금리 인상은 국내 주식, 채권, 외환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과거 1990대 사례 참조하면 예상할 수 있다

제닛 옐런 미 연준 의장

제닛 옐런 미 연준 의장

19990년대 미국 금리 인상 사례를 보면, 9월 금리 인상 영향을 예측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지난 6월 말 FOMC(공개시장위원회) 정기회에서 연방기금 금리를 25bp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46년간 최저 수준이던 미국 정책금리가 기존 1.0%에서 1.25%로 상승하게 된 거다.

이번 금리인상 단행은 본격적 금리인상 궤도에 오르기 위한 디딤돌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이미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해 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일본도 경제 회생을 위해 금리 인상 논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과거 미 연준 금리인상 사례를 참고해도 금리인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월가 및 로이터, 블룸버스 통신 서베이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네 번의 FOMC를 통해 내년 말엔 3~4%까지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미국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한 사례로 1990년대를 참고할 수 있다. 1994년 사전 예고 없이 공격적으로 추진되었던 금리인상은 1999년엔 미리 예고한 뒤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형태로 변화했으며, 1997년엔 단 1회만 금리 인상이 이뤄졌다. 이후 2000년대는 저금리가 지속되다 2004년 6월 말에야 다시 금리가 인상됐다.

이 시기 금리인상 시점을 살펴보면 고용시장 및 경제성장, 물가 수준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추진한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거시경제 지표는 과거보다 양호한 편이다. 물가상승 압력이 상대적으로 적고 경제성장률은 오히려 높으며, 연방기금금리 수준 또한 상당히 낮다.

 

경제 지표가 취약했던 1994엔 금리가 6%까지 가파르게 인상된 반면, 비교적 안정된 1999년엔 시장이 연방기금 금리 속도와 기대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도록 여유 있게  진행되었다. 현재 거시경제 지표가 상당히 양호한 것을 고려하면 향후 금리인상 속도와 폭이 1999년과 유사하게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절대적 금리 수준이 1%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이미 시장에서 금리를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고용지표가 호전되고 물가지표가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하면 공격적 인상 패턴이 나타날 수도 있다.

 

1.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

주가지수와 금리간 관계는 정(+)과 부(-) 양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 금리 상승이 기업 비용 증대로 이어져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도 있고, 경기순환상 경기 상승을 의미한다는 기대를 심어 실제로 경기가 호전될 수도 있다. 금리를 통해 주가를 예측하는 것보단 기업 분기 실적과 대외 경제여건을 주시하는 게 더 효과적이란 뜻이다.

다만 과거 미국 증시 사례가 금리 인상과 정의 관계를 가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금리인상도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높다. 한국 주식시장은 미국 금리 인상에 직접 영향을 받기보단, 미국 주식시장의 반응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투자자 유출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94년 급작스럽게 금리 인상이 결정되었던 땐, 국내 증시엔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제한이 있어 투자 비중이 10.3%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입 자금은 지속적으로 가소했고, 금리인상 마지막 기간엔 순 유출로 전환되었다.

1999년엔 외국인 투자 제한이 폐지된 데다 연준의 금리 인상 경고에도 충분히 대응할 여유가 있었다.  그 덕에 외국인 자본 유출은 금리 인상 후 3개월 동안만 지속되었고, 지난 6월 금리 인상 땐 2004년부터 금리인상설에 대한 기대를 시장에 반영한 덕에 특별한 매수/매도 반응이 없었다. 시장 적응 기간이 길었던 이번 금리 인상도 큰 외국인 투자자금 움직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거로 보인다.

 

2. 외환 시장에 미치는 영향

외환시장 파급효과는 자본이동 정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미국 경제가 충분히 회복된다면 국제투자자본이 미국으로 유입되겠지만, 고용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엔 오히려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1990년대 금리 인상 시기와 달러화 추세를 보면 금리인상이 국제자본의 급격한 이동을 유도하긴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94년엔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반면, 1999년엔 마르크화와 엔화 사이에서 샌드위치 형세를 보였다. 중요한 사실은 두 기간 모두 금리인상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달러화가 강세로 반전되며 신흥시장에 금융 및 외환 위기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1995년엔 멕시코 외환위기가, 2000년엔 아르헨티나 외환위기가 각각 나타났다.

 

국제투자자본이 미국 금리인상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금리인상 마무리 시기에 신흥시장 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파급은 내년 이후에나 관측이 가능할 거라 예상할 수 있으며 신흥시장에 투자 중인 외국인의 자본이탈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다행히 미국이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안고 있는 탓에 연준 금리 인상이 쉽게 달러 강세로 전환되긴 힘들다. 오히려 펀더멘털 취약성으로 인해 달러 약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난 6월 말 금리인상 결정은 이미 예견된 사항이라 외환시장이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미국 경제지표가 순탄치 않은 상황에서 공격적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면 일시적으로 급격한 달러 강세를 보일 수도 있다.

 

3. 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

미국 금리인상이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신흥시장국 펀드 움직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금리 인상은 저금리, 약달러 기조를 타고 신흥시장국으로 유입되던 외국인 투자자금 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해외펀드 조사기관 이머징 포트폴리오 자료에 의하면 미국 금리인상 발표 직전에 한국 관련 4개 펀드에서 순 유출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7월에 금리인상이 발표된 직후엔 2주 동안 순 유출이 이어졌다. 국제투자자금이 신흥시장에 갖는 프리미엄이 줄어들 거란 걸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본격적 자금 이탈을 속단하긴 이르다. 금리인상 발표 직전엔 글로벌 이머징마켓 펀드에서 8.5억 달러만 유출되었으며, 아시아 펀드, 인터내셔널 펀드, 태평양 지역 펀드에는 매우 작은 규모지만 유입이 있었고, 금리인상 발표 이후에는 인터내셔널 펀드와 태평양 지역 펀드에서 각 각 10.9억 달러, 0.2억 달러만 유출되었고, 글로벌 이머징마켓 펀드와 아시아 펀드에선 오히려 각각 0.4억 달러, 0.9억 달러가 유입되었다. 일방적 유출은 나타나지 않았던 거다.  

 

 2004년 7월 중순 이후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의 악화와 공격적인 금리인상 기대 형성이 신흥시장의 자금 이탈 가능성을 고조시켰을 것이라 예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론 글로벌 이머징마켓 펀드와 아시아 펀드, 태 평양지역 펀드에서만 순 유출이 있었고 이를 상쇄하는 인터내셔널 펀드 자금 유입으로 전체 자금 이탈은 없었다.

결국 각국 통화정책과 글로벌 추세 민감성이 투자 자금 유입/유출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신흥시장국인 한국의 정책당국은 제1 위 수출대상국인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과 고유가 충격으로 경제성장이 어려운 상황이며, 동시에 소비 및 투자부진 등 내수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금리인상 동조에 대한 회의적 사고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미국과 같이 통화 정책을 긴축으로 선회하는 데에는 상당히 신중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