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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두증 바이러스, 방심이 파국 부른다...감기, 근육통이라 여기고 지나쳐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모기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모기

증상은 가벼운 독감 정도...모르고 지나칠 때 많아

이른바 '소두증 바이러스'인 지카 바이러스가 미주 대륙 전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경고에 나서면서 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는 사람에 감기 정도의 가벼운 증세를 일으키는 데 그치기 때문에 오히려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더 위험할 수 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25일(현지시간) 조명했다.

1947년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견된 지카 바이러스는 선천적 기형인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희소 면역 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과 연관성이 있다는 가설도 나온다. 하지만 일반적인 성인의 경우 지카 바이러스에 걸려도 대개 건강상 별다른 문제를 겪지 않고, 증세도 발열, 발진, 근육 및 관절 통증, 두통, 안구 충혈 등 가벼운 독감에 가깝고 대부분 2∼3일에서 일주일 정도 지나면 자연스레 치유된다. 사람에 따라 이런 증세조차 나타나지 않는 때도 많아 감염자의 70∼80%는 지카 바이러스에 걸린 줄도 모르고 지나친다고 AFP·AP통신은 설명했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은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된 숲모기에 의해 감염된다. 발열, 발진, 눈 충혈, 관절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 3~7일 정도 지속된다.

환자 대부분은 별다른 치료 없이 회복되고 아직 사망 사례가 보고된 바는 없다. 그러나 임신부가 감염될 경우 신생아의 머리가 선천적으로 작은 '소두증' 발생 가능성이 제기돼 유행 지역 여행은 출산 이후로 연기하라고 질병관리본부는 권고했다. 실제로 브라질에서는 2015년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이 보고된 전후를 비교하면 신생아 소두증 발생이 15배 이상 증가해 보건당국이 관련성을 조사하고 있다.

브라질 보건부 자료를 기준으로 지난 9일까지 3천530건의 소두증 의심사례가 보고되었으며, 콜롬비아에서는 지난 한 해 1만 1천 명 이상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이 가운데 임산부는 297명이었다. 미국에서도 최근 브라질에서 살다온 하와이의 산모가 소두증 신생아를 출산한 데 이어 이날 플로리다에서 3명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추가로 확인됐다.

지카 바이러스는 브라질, 콜롬비아, 멕시코 등 중남미 14개국과 아프리카 1개국에서 유행하고 있으며 지난 19일 태국에서도 남성 1명이 감염 양성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발생 및 해외 유입사례는 아직 없다. 국내 매개모기 감시 결과에서도 감염된 모기는 검출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유입 후 전파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라면서도 "지카 바이러스 발생 국가를 여행할 경우 감염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지카바이러스의 학산을 경계하며, 각국 정부에 철저한 감시를 촉구하고 있다. WHO 대변인은 "모든 정부에 지카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이 직접적으로 관련됐는지 공식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일부 국가에선 가능하면 임신을 피하라고까지 권고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폭스뉴스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콜롬비아 보건당국은 이날 지카 바이러스 확산이 오는 7월께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바이러스 유행이 끝날 때까지 임신을 미루라"고 당부했다. 앞서 자메이카 정부도 19일 가임기 여성들에게 앞으로 6∼12개월간 임신을 삼가라고 당부한 바 있다.

저소득층에선 지카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 브라질 북동부의 빈곤한 페르남부쿠 주는 소두증 환자의 3분의 1이 발생해 가장 큰 피해를 봤다. 페르남부쿠 주 이란 코스타 보건장관은 "왜 우리 주가 이렇게 큰 영향을 받았는지 모르겠다"면서도 "경제 위기로 보건 인력이 많이 줄었다"고 인정했다. 일부 병원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기도 한 리우데자네이루 주 관계자 역시 "석유업계의 세금이 감소하면서 우리 주의 보건 예산 위기가 찾아왔다"고 전했다.

현재 브라질 정부는 50만 달러(약 6억 원)를 들여 지카 바이러스 전염을 억제하는 박테리아를 주입한 모기를 풀어놓는 등 방법을 짜내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루시아누 모레이라는 "지금까지 결과는 고무적"이라면서도 "이 사태에 특효약은 없다. 하나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더 많은 해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