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시중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담합했다고 잠정 결론내렸다. 내노라하는 대형은행 6개가 담합의혹을 받자 당국이 46개월간 장기조사 끝에 내놓은 결론이다.
과거 금융권 신뢰도에 금이 가게 했던 KB사태는 내부의 권력타툼으로 인한 이미지 손상이지만 이번 금리담합은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는 점에서 은행권 신뢰 손상에 대한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금융권 신뢰도는 전반적으로 낮은편이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연구원이 발표한 '2015 하반기 KIF금융신뢰지수'에 따르면 금융권에 대한 신뢰지수는 기준치를 밑돌았고,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200점 만점에 92.7점으로 반타작도 못하는 낙제 점수를 받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금융권의 현실이기에 '신뢰'라는 단어는 금융권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절대명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금리를 담합하여 수익을 올렸고 가뜩이나 가계대출도 비중이 높아 이자의 늪에서 허덕이는 소비자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았다면 신뢰도 뿐만아니라 국민 정서적으로도 금융권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3년 현재 CD금리 연동 가계대출은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전체 대출액의 절반에 가깝다. 금리 담합이 확정되면 금융권이 소비자들에게 직격탄을 날린셈이 되는 것이다. CD금리가 높으면 은행에서 예금이나 대출금리, 증권사의 파생상품 거래에도 기준금리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덜 내도 될 이자를 더 많은 이자를 내며 빚에 시달리게 만든 것이다.
담합혐의를 받은 은행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한국SC은행 등 내노라하는 굴지의 6대 은행으로, 추산되는 피해자 숫자만해도 500만 명에 달한다. 피해액은 4조1천억 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일단 공정위는 전원회의 전까지 해당 은행들에게서 반론의견서를 받는다. 제재가 확정되면 부당하게 얻은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은행권 입장에서는 사활을 건 방어전을 펴야한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행정지도를 받아 금리를 조정했으니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법률적 자문까지도 이미 마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정위는 유례없는 장기조사 끝에 담합혐의를 확정지었다. 담합을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심사보고서 역시 담합이 있었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인 것으로 보아 공정위의 결론은 확실한 듯하다.
소비자들은 입장 역시 분명하다. 담합 의혹을 먼저 제기한 것도 소비자들이다. 이미 1,600여명이 집단 손해배상에 참여했고 추가 인원을 모집 중이다.
부자를 만들어주겠던 은행권의 광고와는 달리 대출로 종자돈을 마련해 부자가 되어보겠다는 서민과 내집 마련의 꿈을 안고 힘겹게 주택대출을 받은 중산층, 그리고 꿈을 실현하고자 투자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뒤통수를 친 금리 담합은 절대 용서해서는 안되는 금융권의 '절대악'이다.
당국은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를 속히 마련하고, 금융사들은 도덕성을 갖춘 기업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