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봄은 '여성의 계절'로, 가을은 '남성의 계절'로 표현하곤 한다.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개인마다 선호하는 계절은 천차만별이다.
그렇다면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과 우울증 증상은 과연 어떠한 상관이 있을까. 최근 출생계절과 우울증 환자의 상관관계를 비교·분석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봄·여름에 태어난 사람이 가을·겨울에 태어난 사람보다 우울증 증상이 조금 더 심할 가능성이 있었다.
박용천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국 18개 지역에 분포한 우울증 임상연구센터에서 수집된 891명의 출생계절과 우울증 증상을 비교한 결과, 이 같은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13일 밝혔다.
연구진은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비교가 될 수 있도록 3월부터 8월을 봄·여름(457명)으로, 9월부터 2월을 가을·겨울(434명)로 묶어 분석했다.
우울증 척도를 알 수 있는 ▲ 질환의 최초 발병 나이 ▲ 집중력 ▲ 자기주도성 등을 측정했다.
먼저 질환의 최초 발병 나이는 봄·여름 출생자가 35.8살, 가을·겨울 출생자는 39.1살이었다.
집중력이 낮은 사람은 조사 대상 중 봄·여름 출생자가 285명, 가을·겨울 출생자는 240명으로 차이를 보였으며, 자기주도성의 경우 봄·여름 출생자가 가을·겨울 출생자보다 높았다.
정신건강의학 분야에서 자기주도성이 높다는 점은 '회복할 능력이 있다'는 긍정적인 면과 '좌절을 많이 겪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가진 것으로 보면 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박 교수는 "3가지 항목에서 보인 통계학적 차이는 봄·여름 출생자가 가을·겨울 출생자보다 우울증의 증상이 좀 더 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한계점도 명확히 했다. 개인별로 자라온 환경, 문화, 스트레스 등 사회문화적 환경이 다를 수 있으므로 계절과 우울증의 상관성을 단정적으로 결론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우울증 환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며 "차기 연구에서는 우울증에 따른 증상이 왜 개인별로 차이가 나는지 밝혀볼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연세메디컬저널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