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첫 확진자 발생 이후 40일만에 확진자 4000명을 넘으며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확산 원인이 네 가지의 국내 정치적 문제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는 2일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연구소(시민연)의 'Weekly Issue Review'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의 국내 정치적 원인으로 △정치 논리 △잘못된 '한중 운명공동체론' △중국을 활용한 북한 개별관광 추진 △정부 내 '집단적 사고의 오류'를 지적했다.
◆ 전문가 조언 무시, 정치 논리 앞세워
먼저 김 교수는 전염병 발생 초기 중국발(發) 한국 입국을 전면 봉쇄해야 한다는 의료전문가들의 조언을 문재인 대통령이 무시한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라고 했다.
지난달 4일 정부는 전문가들의 '전면 봉쇄' 조언을 무시하고 중국 우한 지역에서 오는 중국인들만 입국을 금지했고, 그 이후 다른 지역에서 온 10만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한국을 휘젓고 다녔다는 것이다. 반면, 전문가 의견에 따라 중국발 입국을 전면 봉쇄한 미국과 러시아, 몽골은 확진자 발생이 적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의 논리'를 내세우지 않고 '과학의 논리'를 따라 의료 전문가들의 조언을 따랐다면 전염병 위기가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이 국가들의 전염병 초기 진단과 대응 능력을 평가해 발표한 '세계건강안전지수'(World Health Security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195개 국가 중에서 9위로 최상위권 국가에 속했다. 특히 한국은 '전염병 초기 진단 능력'과 '전염병 확산 대응 능력'에서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지난 1일 피터 더튼(Peter Dutton) 호주 내무장관은 이란에 대해서는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한국을 제외한 이유로 한국이 갖고 있는 선진적 의료체계라고 밝히기도 했다.
◆ 잘못된 '한·중 운명공동체론'
김 교수는 한·중 관계를 '국익'이 아니라 '운명'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제 정치관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근대 국제 정치체제는 '국제 정치에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고 오로지 국가 이익이 있을 뿐이다'는 파머스턴(Palmerston) 영국 수상의 말과 같이 국익의 개념에 의해서 국가들의 관계가 움직여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운명을 강조한다는 것은 개인의 능력과 의지를 넘어서는 초월적 힘에 의해 국제 정치가 움직여진다고 보는 것으로 '문맥의 오류'를 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대착오적 개념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저 사람 참 생각없는 행동을 한다'는 말을 흔히 듣는데, 행동이 잘못되었을 수는 있어도 생각 없는 행동은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초기에 중국발 입국을 완전 봉쇄하라는 전문가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것은 '국익'이 아니라 '운명'이라는 관점에서 한·중 관계를 바라보는 생각과 관점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고 말했다.
◆ 중국 지원에 집착한 북한 개별 관광 추진
김영호 교수는 문제인 대통령이 실향민과 한국인의 북한 개별 관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지원에 집착하고 있다고도 했다.
중국은 '우한 폐렴'(現 코로나19) 초기에 과도한 여행 규제를 하지 말 것을 권고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사항을 내세워 한국에도 이를 요구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는 '중국보건기구'라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미국과 러시아 등 여러 나라들이 권고를 무시하고 중국발 입국을 완전 금지했다.
반면 정부는 WHO의 권고 사항을 내세워 중국발 입국을 완전 봉쇄하지 않았는데, 그 이면에는 향후 중국을 활용해 북한 개별 관광 추진 과정에서 외교적 도움을 받으려는 의도가 깔려있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전염병이 곧 종식될 것으로 판단하고 그 이후 북한 개별 관광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현재 중국 7개 성이 한국인의 입국 조치를 강화함으로써 한국이 중국에 의해 역으로 봉쇄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4당 대표 회동에서 지금이라도 중국발 입국을 완전히 봉쇄해야 한다는 한 야당 대표의 요구에 대해 '초기라면 몰라도 지금은 실효성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이는 초기에 중국발 입국 완전 봉쇄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김으로써 앞으로 커다란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정부 내 '집단적 사고의 오류'
끝으로 그는 정부 내의 '집단적 사고의 오류'를 지적했다.
집단사고의 오류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독립적, 비판적 사고가 마비되면서 대안들이 충분히 검토되지 못하고 결정적 정책 결정 오류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어빙 제니스(Irving Janis) 미국 예일대학교 교수가 케네디 행정부의 쿠바 피그스만 침공 실패 사건에 대한 실증적 연구를 통해 '집단사고(Groupthink)의 오류' 개념을 발전시켰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 내 정책 결정 과정은 전문가의 의견보다는 국내 정치적 고려를 우선시하고, 잘못된 '한·중 운명공동체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미국과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족공조론'에 입각해 무리하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을 통한 개별 관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코로나 전염병의 전국적 확산을 가져왔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은 우수하고 국민들의 적극적 협조가 있기 때문에 이번 전염병 위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극복될 것이다"며 "여기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또 다시 그릇된 정치적 논리를 내세워 관여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위기를 통해 한국 사회는 전문가의 과학적 주장을 믿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전통적 군사안보와 함께 전염병의 확산과 환경문제 등 '인간 안보'(human security)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중국 초기 대응 실패에서 보는 것처럼 전염병 발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처리할 수 있는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정치 체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결론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