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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 바라보는 정의선 부회장의 자사주 매입

24일 증권가의 화두 중 하나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장내매수한 것이다.

23일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공시를 보면,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 주식 13만9000주와 현대모비스 주식 7만2552주를 매수했다. 매수금액은 각각 95억1200만원, 94억8000만원이다.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 취득은 2015년 9월과 11월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했던 우호지분 501만주를 시간외 매매를 통해 인수한 뒤 5년만으로, 현대차 보유 지분율은 1.81%에서 1.86%로 올랐다. 특히 현대모비스 지분은 처음으로 매입해 보유 지분율이 0.08%가 됐다.

우선 증권가에서는 대주주의 주식 매수가 의미하는 것은 주가 저평가와 향후 사업개선 의지라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고, 단기적인 어려움을 겪고 나면 사업이 다시 개선될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의 주가는 현재 P/B(주가순자산비율) 0.2배 중반 수준으로 하락해 있고, 예상 배당수익률은 보통주 기준 5.8%, 우선주 기준 8.7%~10.0%에 이른다"며 "단기 수요감소의 부정적 영향이 있겠지만, 재무구조와 현금흐름을 감안할 때 크레딧 이슈와 배당금 축소의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또한 그는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현재 P/B 0.3배 중반으로 낮아진 상태이고, 예상 배당수익률은 3.0%다"며 "완성차의 생산차질로 상반기 실적에 부정적이겠지만, 고객사들의 SUV/럭셔리 차종의 확대로 인한 믹스 개선과 친환경차 확대로 인한 전동화 부품군의 고성장이라는 중장기 성장동인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와 증권가의 관심은 현재진행형인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있다. 이를 두고 지배구조 개편과는 무관하다는 의견과 잠재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결정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의 경우 기존에 지분이 전혀 없던 상황이며, 그룹사 전용 부품사에서 독립성을 인정받는 계기로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금번 자사주 매입을 통한 지분변동폭은 미미한 수준이며,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반면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그룹의 중심축인 현대차와 다양한 개편안 가정 속에서 현대차 경영권 확보를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로 인식되고 있는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분 인수는 어느 시점에 어떤 방법으로 개편안이 진행되든 정의선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이는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당사의 전망인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을 현대모비스에 현물출자하는 방안이라는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로 유효하다"고 했다. 이 방안의 경우 인위적 분할 합병비율 산정 및 주주총회 의결이 필요하지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단기간 급격한 주가조정이 이루어진 현 상황에서 일부 지분매입을 통해 갑작스럽게 지배구조 개편이 추진된다는 가정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모든 지배구조 개편 방법의 기본적인 프레임은 제한적인 자금 환경에서 최대한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이 있어보인다.

현대차그룹 본사
▲서울시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