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 조치가 길어지는 가운데, 한국씨티은행에서 직원의 유급휴가 사용을 두고 노사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어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씨티은행 노동조합 측은 사측이 직원들에게 100% 연차휴가 소진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성명서를 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이 제보한 자료를 보면 은행장 직속부서인 경영혁신부에서 부점장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는 직원들에게 연중 휴가계획을 세우도록 독려하고 최대한 변경없이 시행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각 부서장들은 각종 부서 소규모 미팅이나 회의 및 메일 등을 통해 상기 은행의 지시 사항을 이행할 것을 독려하고, 특히 올해 휴가의 사용률의 목표가 100%임을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이와 관련, 임태준 노조 정책홍보국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까지 하고 있는 시점에 휴가를 100% 등록하게 만든다는 것은 사실상 직원들의 연차 사용을 강요하는 것이다"며 "휴가보상금을 아끼기 위한 비용 절감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씨티은행 측은 노조의 주장이 사실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연간 휴가를 미리 계획하고 등록하는 것은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방안으로, 최근 수년 간 한국씨티은행을 포함한 전 세계 씨티가 시행하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휴가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사태 이후 휴가 집중 사용에 따르는 대 고객 서비스 차질을 예방하고 직원들의 원활한 휴가 사용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씨티은행은 임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2007년 업계 최초로 자율근무제를 도입하고, 2017년에는 PC OFF 제도, 올해에는 국내 최초로 배우자 출산 시 4주 유급 휴가를 도입한 바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재 국내외 이동이 제한적인데다 은행 내부적인 지침으로도 국내외 출장이 사실상 전면 금지되어 있다는 것이다. 휴가를 갈 곳도 없을 뿐만 아니라 휴가 사용을 조건으로 직원들이 이용하는 은행의 각종 프로그램과 휴양소 등의 제도도 전면 중단됐다는 것이 직원들의 목소리다.
한편, 근로기준법 60조 5항에서는 '사용자는 관련법 규정에 따른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시기 지정권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 역시 행정해석을 통해 '연차 휴가의 사용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실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