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은 두 정당에게 뼈아픈 일로 남았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교섭단체 진입 꿈을 꾸었으나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민생당 또한 20대 총선에서 불어온 녹색바람의 재현을 꿈꾸며 교섭단체로 다시 남기를 원했지만 민심은 민생당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눈물흘린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16일 "고단한 정의당의 길을 함께 개척해온 우리 자랑스러운 후보들을 더 많이 당선시키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이번 총선은 수구 보수세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 이뤄졌지만, 양당정치의 강화, 지역구도 부활, 선거개혁 와해 등 정치개혁 후퇴라는 역사적 오점을 함께 남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심 대표는 그러면서 "낡은 양당정치 구도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무릎을 꿇지는 않았다"며 "지역 후보들은 악전고투하면서 마지막까지 정의당의 이름으로 선거를 치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당득표율 9.67%를 기록한 것과 관련, "10%에 육박하는 지지율에도 여전히 300석 중 2%에 불과한 의석을 갖게 됐다"며 "몹시 아쉬운 결과지만 원칙을 선택했을 때 어느 정도 각오한 만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아울러 "슈퍼여당의 시대에 진보야당의 역할이 더욱 막중하다는 점을 유념하겠다"며 "국회의 장벽을 넘지 못한 여성, 청년, 녹색, 소수자의 삶을 헌신적으로 대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선을 다한 당원들과 정의당의 홀로서기를 응원해주신 국민께 더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20년을 외롭고 험한 길을 걸어왔지만, 정의당은 다시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보 대안 세력으로서 길을 찾아가겠다"며 "집권 여당이 기득권 앞에서 주저하고 망설일 때 개혁의 방향과 속도를 견인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해단식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최소 10석 확보에 교섭단체 구성을 최대 목표로 삼았지만, 6석 현상 유지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모두발언을 이어가던 심 대표도 결국 눈물을 보였다. 특히 '고단한 정의당의 길'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원외정당으로 밀려난 민생당"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3당 통합으로 출범한 민생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원내교섭단체를 확보해 제3지대 정당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자 했으나, 당내 계파갈등과 공천논란 끝에 궤멸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개표 결과 민생당은 지역구 0석, 비례대표 0석으로 당선자를 한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20석 규모의 원내 3당 지위에서 한순간에 원외정당의 신세로 전락하게 된 처참한 성적표다.
민생당은 이번 총선 불출마한 주승용 의원을 제외하고 호남 지역에 출마한 현역 11명이 모두 낙선했다.
특히 천정배(광주 서구을), 박주선(광주 동구·남구을), 박지원(전남 목포), 정동영(전북 전주병), 유성엽(전북 정읍·고창) 등 중량급 다선의원들도 전멸했다.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참담한 결과에 송구스럽기 그지없다. 모두 민심을 헤아리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며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밝혔다.
김정화 공동대표는 국회 회견에서 "당 대표로서 5월 내로 전당대회를 개최하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겠다"며 "새로운 주체가 당의 주인이 되도록 만들겠다. '미래를 위한 혁신TF'를 구성, 변화와 쇄신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것"이라고 당 재건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월 24일 3당 합당 이후 계파간 반목을 거듭하며 '화학적 결합'을 끝내 이루지 못한 민생당이 총선 참패를 계기로 사실상 해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서는 공관위 구성 갈등 등 매끄럽지 못한 공천과정, 범여권 비례대표 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둘러싼 계파간 충돌 등을 초래한 현 최고위 지도부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비등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이 즉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처음부터 싹수가 노랬다"며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적당히 뭉개고 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초부터 최고위 회의에 불참해온 유성엽 공동대표는 통화에서 "참담한 총선 결과"라며 "지도부가 곧 모여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당은 오는 17일 비공개 최고위 간담회와 선대위 해단식을 잇달아 열고 당의 진로를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