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양국이 잠정 합의했던 '13% 인상안'을 거부한 뒤 '최종 제안'이라며 50% 안팎 오른 13억 달러의 분담금을 요구하면서 방위비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미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7일(현지시간) '13억 달러' 제안에 대해 "너무 많이 내렸다"면서 "그런데 한국 정부는 무엇을 했나. 아무것도(안 했다)"라고 주장한 것을 두고 동맹의 정신을 망각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13억 달러'는 미국이 처음 제시한 50억 달러에 비해선 많이 낮아졌다.
한국은 미국의 최초 요구액인 '50억 달러'나 최근 제안한 '13억 달러'나 받아들일 수 없는 액수라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는 분위기다.
잠정 합의한 '13% 인상'도 과거 협상에 비춰보면 이례적으로 높은 인상률로 부담인 상황에서 '50% 인상'은 검토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인식이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한미동맹의 합리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위해선 '공평한 분담'이라는 원칙을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협상 관계자는 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말한 대로 잠정합의안이 최선"이라며 "이를 넘어서는 제안에 대해선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13% 인상안을 미국이 거부했다'는 보도와 관련, "사실 그 액수가 우리로서는 가능한 최고 수준의 액수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미국과 잠정 합의했던 '13% 인상안'이 최선이라는 입장으로, 미국의 '50% 인상' 제안에 대해선 '검토할 필요도 없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한미는 미국의 새 제안에 대해 협상단 차원에서는 협상이라고 할 만큼 의미 있는 의견교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대선을 앞두고 방위비 협상에서 양보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고, 대폭 인상은 수용하기 힘든 한국으로서도 미국 대선이 지난 뒤 새로운 국면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게 낫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방위비 협상을 둘러싼 한미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 한미관계 전반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지원대책이 마련되고는 있지만 4천 명에 이르는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이 길어지는 것도 한미 정부 모두에게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