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자 72%, 변동금리…이주열 "금리인상으로 취약층 어려움…정책지원 필요"
NH농협 이어 신한은행도 주담대 우대금리 0.2%p 또 깎아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한국은행이 예상대로 이르면 8월이나 늦어도 10월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지금까지 약 1년 반 동안 이어진 이례적 초저금리 시대도 공식적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지난 1년 새 거의 1%포인트(p) 가까이 뛴 가운데, 조만간 기준금리까지 인상될 경우 상승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뿐 아니라 부동산·주식·가상화폐 투자를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대출로 투자) 등 때문에 1천765조원(3월말 기준)에 이르는 빚을 진 가계의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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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새 은행 신용대출 최저금리 1.99→2.85%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의 16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85∼3.90% 수준이다.
이는 '1%대' 신용대출 금리가 등장했던 지난해 7월 말의 1.99∼3.51%와 비교해 하단이 0.86%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작년 7월은 같은 해 3∼5월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방어 차원에서 두 달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1.25→0.50%)나 크게 낮춘 뒤 은행 대출 금리에도 본격적으로 반영되던 때였다.
하지만 이후 1년 동안 경기 회복에 따른 시장 금리 상승, 가계대출 급증을 막기 위한 은행권의 우대금리 축소(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대출 금리는 꾸준히 높아졌다. 신용대출 금리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마찬가지다.
4대 은행의 16일 현재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2.49∼4.03%다. 역시 작년 7월 말(2.25∼3.96%)보다 최저 금리가 0.24%포인트 올랐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 가운데 코픽스가 아닌 은행채 5년물 금리를 따르는 이른바 '혼합형(고정금리)'의 경우 금리 상승 폭이 더 컸다.
혼합형 금리는 지난해 7월 말 2.17∼4.03%에서 현재 2.89∼4.48%로 상단과 하단이 각 0.72%포인트, 0.45%포인트 뛰었다.
◆ 은행채 금리·코픽스 뛰는데 우대금리는 깎여…신한 우대금리 0.2%p 또 축소
신용대출 금리는 주로 은행채 6개월·1년물 등 금융채 단기물 금리를 지표(기준)로 삼는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신용대출 지표금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작년 7월 말 0.761%에서 이달 16일 현재 1.194%포인트로 1년 새 0.433% 포인트나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경우 주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따른다. 코픽스는 쉽게 말해 국내 8개 은행이 대출에 쓰일 자금을 조달하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금리)을 들였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은행권이 지난 16일부터 적용한 6월 기준 코픽스는 0.92%(신규취급액 기준)로, 5월(0.82%)보다 불과 한 달 만에 0.1%포인트 뛰었다. 작년 7월(0.81%)과 비교하면 1년 새 0.11%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은행채 5년물 금리를 지표로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작년 7월 말 1.277%에서 16일 현재 1.964%로 0.687%포인트나 뛰었다.
은행들이 수신(예금) 금리 인하 등으로 조달 비용을 낮추고 예금 유치 경쟁 상황에 따라 금리를 의도적으로 낮춘 부분 등까지 반영된 코픽스 변동금리 상승 폭보다 은행채 시장 금리 추세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혼합형(고정금)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폭이 더 크게 나타나는 이유다.
조만간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이런 지표금리와 그 지표금리를 따르는 은행 대출금리의 상승 속도는 모두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가계대출 급증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적 대출 규제도 은행 대출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은행 대출 금리는 기준(지표)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지는데, 거래실적 등을 반영한 우대금리를 많이 받을수록 가산금리는 낮아진다.
그러나 작년 10월 이후 금융당국이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은행들은 그동안 우대금리 폭을 0.5%포인트 이상 크게 깎았다.
한은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가장 심각한 '금융불균형' 문제로 주시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금리 인상을 통한 은행권의 대출 규제 시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지난 16일부터 신한은행은 코픽스를 지표금리로 삼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2%포인트 더 내렸다. 결과적으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대출금리가 0.2%포인트 오른 셈이다.
NH농협은행도 지난달 중순부터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주택 외 부동산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1∼0.2%포인트 또 깎았다.
◆ 가계대출 72% 변동금리 추산…금리 1%p 오르면 자영업자 이자 5.2조↑
한국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 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8천억원 증가한다.
소득분위별 이자 증액 규모는 ▲ 1분위 5천억원 ▲ 2분위 1조1천억원 ▲ 3분위 2조원 ▲ 4분위 3조원 ▲ 5분위 5조2천억원으로, 5분위 고소득층을 빼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에서만 6조6천억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 추산은 소득분위별 가계대출(금융부채) 가운데 약 72%를 변동금리 대출로 보고 분석한 결과다.
같은 방법으로 금리가 0.5%포인트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5조9천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분위별 증가액은 ▲ 1분위 2천억원 ▲ 2분위 6천억원 ▲ 3분위 1조원 ▲ 4분위 1조5천억원 ▲ 5분위 2조6천억원이다.
아울러 대출금리가 1%포인트 뛰면,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도 5조2천억원이나 커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대출 기관별로 나눠보면 은행 대출자의 이자가 3조3천억원, 상호금융 등 비은행권 이자가 1조9천억원 불어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영업자 등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금리 정상화는 경기 회복을 전제로 한 것인데, 실물경제 회복 과정에서 매출과 고용이 개선되면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상환 부담도 어느 정도 상쇄될 것"이라며 "하지만 금리 인상되면 취약부문 어려움 지속되는 것은 사실인 만큼 정책 지원은 계속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