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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산업]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 국제흐름따라

최태원 "탄소 감축, 기업에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어"
경총의 탄소중립 지원 요청은 규제개혁
정부는 K-ESG 지표 선보여...ESG 점수 가점 요인 기대

산업계가 정부의 2050 탄소중립과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을 생존의 문제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의 흐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기자가 주목한 것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 회장)이 지난 11월 17일 상의회관에서 가진 '제2차 탄소중립 산업전환 추진위원회' 모두발언이다.

'2030 NDC'(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크게 상향했고 산업 부문의 감축목표 또한 2배 이상 높아졌다. 이에 따라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매우 커졌고,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최 회장은 "글로벌 관점에서 탄소중립 이슈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라며 "국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지만, 국제사회의 흐름은 분명해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탄소중립을 대하는 글로벌 흐름은 무역의존도가 2020년 기준 72.9%인 한국에게 중요한 변수다.

실제로 ▲미국·EU가 조만간 탄소국경조정제도를 통해 통상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점, ▲다국적 기업이 공급망에 있는 국내 기업에 대해 탄소 감축을 요구하고 있고 ▲이에 따라 대기업과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 역시 예외가 되기는 어렵다는 점, ▲글로벌 투자기관이 탄소중립 실천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앞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120여 개 국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했고 세계 450개 금융기관이 탄소중립 연합체를 구성했다.

최 회장은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과 공조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라며 "탄소 감축이 기업에 현실적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2021.12.02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일 최종현학술원과 일본 도쿄대가 온라인으로 공동개최한 ‘도쿄포럼 2021’ 개회사에서 “탄소 배출 넷제로(Net-Zero)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은 이미 존재하지만 이를 구현하는 공동의 의지와 체계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전 세계 각 국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조직화된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SK그룹]

◆ 경영계도 탄소중립 등을 위한 정부 지원 요청

경영계는 규제개혁을 통한 정부의 탄소중립 등의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 6일 국무조정실에 제출한 '2021년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개혁 과제' 건의서에 따르면 경총의 탄소중립 등 지원 요청 내용에 ▲ 대기오염방지시설 설치면제 시설의 자가측정 실시 유예 ▲ 선박용 엔진 시험 운전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제외 ▲ 대기오염물질 자가측정 주기 완화 ▲ 연소방산탑(Flare stack) 행정처분 규제 완화 ▲ 총량관리대상 오염물질 배출권 거래 시 부가세 면제 등이 담겼다.

경총 관계자는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처럼 총량관리대상 오염물질 배출권 거래 때에도 부가세를 면제해 줄 것을 건의했다"라며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 발생 때 연소방산탑 행정처분 규제 완화, 대기오염물질 자가측정 주기 완화 등 탄소중립 현장 대응에 필요한 지원을 요청했다"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경총은 핵심 전략산업 및 신산업 육성, 코로나19 대응, 고물가 대응, 정보보호제도 합리화,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아날로그식 규제 개선 등 부문별 규제개혁 과제 총 63건을 국무조정실에 제시했다.

김재현 경총 규제개혁팀장은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산업 역동성이 떨어지고 잠재성장률이 내림세를 보여 기업 환경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라면서 "규제개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정부는 K-ESG 가이드라인 발표

이런 가운데 정부와 공기업들의 노력으로 ESG 공시 환경은 나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 관계부처와 함께 K-ESG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무역보험공사와 코트라는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 ESG 지원협의회를 발족했다.

기업들이 ESG 경영을 준비하고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없게 하겠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입장이다. K-ESG는 13개 평가기관 등 3,000여 개 지표와 항목을 분석해서 61개 핵심 공통사항을 마련하고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국내 기업에도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으로 구성했다.

현대차증권 이화진 연구원은 "K-ESG 가이드라인은 기업들의 ESG 공시 활성화와 공통된 기준의 부재로 인한 혼란을 줄이는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임지우 연구원도 "정부 차원의 기업별 ESG 평가 계획은 없지만, 공적자금 운용을 위한 평가기관 선정 시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며 "피투자기업들의 K-ESG 항목에 대한 정보 공개 요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K-ESG 한국형 ESG 자료
[자료=현대차증권 보고서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