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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증권 키워드] 터키 금융 불안

<편집자 주 : 키워드를 주식시장과 증권사의 눈으로 분석합니다.>

터키 금융 불안이 20일 국내 증시 부정적 영향 요인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김지웅 과장은 20일 "오늘 우리 증시는 재차 드러난 오미크론 이슈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와 터키 금융 불안이 겹치며 양 시장 하락하고 있다"라며 코스피와 코스닥에 터키 금융 이슈가 영향을 미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터키 인플레이션

터키는 리라화 폭락과 고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는 터키의 경제 상황을 두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아집과 중앙은행 독립성 상실이 있다고 말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경제에 몰라서 그런 것일까? 사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 배경에는 경제 대통령과 민족주의적 성향이 있다.

한화투자증권 김성수 연구원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 시장, 총리 시절 터키를 G20까지 끌어올렸고 총재 시절 터키 GDP는 3배 성장했다"라며 "그런데 이제는 '경제대통령' 타이틀이 흔들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몇 년 전부터 자신을 금리의 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금리가 물가를 안정시키고 생산비용을 낮춘다고 봤다. 이를 통해 제품가격이 내려가고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금리 인상을 단행한 중앙은행 총재를 잇달아 경질시켜왔다. 터키는 2018년과 2019년 당시 미국 경제 제재로 물가가 폭등하고 리라화 가치 폭락 사태를 겪었다. 당시 중앙은행 총재였던 무라트 체탄카야는 4개월에 걸쳐 기준 금리를 8.00%에서 24.00% 인상했지만 기준 금리 인하를 요구해온 에르도안 대통령에 의해 경질됐다.

이후에도 중앙은행 총재가 3년 동안은 3번 교체됐고 현재는 여당인 정의개발당의 국회의원이 중앙은행 총재를 맡고 있다.

증권가가 터키 상황에 주목하는 이유는 터키에 대한 글로벌 은행들의 투자 규모 때문이다.

스페인의 BBVA가 총자산의 약 4분의 1이 630억 달러를 터키에 투자했으며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딧이 60억 달러, 프랑스의 BNP파리바 260억 달러를 투자했다. 터키에 투자한 글로벌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이스탄불 연설 독재자 2021.12.19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 열린 한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터키대통령 공보실∙로이터/연합뉴스 제공] <무단 전재 및 DB 금지>

전문가는 터키의 상황 개선이 힘들다고 본다.

김성수 연구원은 "2023년 총선이 있어서 (에르도안 대통령을) 갈아치울 수 있지 않겠냐고들 하는데 여당이건 야당이건 마땅한 후계자가 없다"라며 "전통적으로 터키는 국가가 혼란스러울 때 군이 나서서 정리하고 다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었지만, 군부마저 2015년 쿠데타 모의 혐의로 싹 다 물갈이해버렸기 때문에 쉽지 않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며 자기 사위인 재무장관 교체와 함께 더 이상의 통화정책 간섭이 없다고 밝혔지만, 다시 금리 인하 노선을 주장하고 나섰다. 터키의 금리는 지난해 9월 19%이던 것이 14%로 내렸다.

터키 경제계는 저금리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터키 최대 경제단체인 터키경제산업협회(TUSIAD)는 18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저금리 정책을 포기하고 '경제과학의 원칙'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제 자문관 아이한 오간은 '경제과학 원칙은 서구를 위한 것'이라며 이를 거절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현재 상황을 외부 탓으로 돌리고 있다.

김성수 연구원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나는 문제가 없는데 외부 세력이 이 나라를 힘들게 한다.' 이 프레임을 요즘 강하게 밀고 나가고 있다"라며 "미국, 유럽이 경제 제재를 하고 있고, 외국 투기 세력이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외세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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