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경영 일선에서 피부로 느끼는 물가 상승률은 실제 물가 지표보다 훨씬 높은 1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기업의 가격설정행태 및 기대인플레이션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국내 1천572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기업들이 인식한 과거 1년간의 인플레이션율(물가상승률) 수준은 평균 9.7%에 이르렀다.
향후 1년간의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10.6%로 물가 관리 목표(2.0%) 등과 비교해 매우 높았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이런 현상의 배경에 대해 "기업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과도하게 높은 이유는 코로나 발생 이후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기업들의 체감물가가 높아진데다 기업경영 과정에서 거시지표 활용도가 낮고, 물가안정목표제에 인식도 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번 조사에서는 기업의 가격 경직성이 과거보다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조정 요인을 수시로 점검해 요인이 확인되면 그때그때 실제로 가격에 반영하는 기업들이 늘었다는 뜻이다. 이론적으로 가격 경직성이 '0'이 되면 실시간으로 가격 조정이 이뤄져 명목 이자율과 실질 이자율이 항상 같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효과는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가격경직성이 완화되고 기업 간 가격경직성의 이질성도 확대되는 추세인 만큼, 통화정책의 파급효과와 지속성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