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 여객 매출이 급감한 항공사들이 고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이라는 삼중고를 맞았다.
경영난에 빠진 저비용항공사(LCC)는 물론 화물 사업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겨우 버틴 대형항공사(FSC)들도 코로나19 확산세뿐 아니라 불확실한 대외 환경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31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여객 수송량은 지난해 대비 51% 늘어나고, 코로나19 위기 이전인 2019년의 61%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다.
IATA는 다만 이러한 전망치가 백신 보급 속도와 각국 정부의 출입국 정책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코로나19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해도 작년보다는 국제선 운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항공사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지만, 불안 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달 21일 기준 통합 항공유의 가격은 갤런당 245.26센트로 작년 1월보다 74.0% 상승했다.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유가 상승 폭이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고유가 기조가 유지되면서 항공사들의 연료비 부담도 커진 상태다.
대한항공은 화물 사업을 바탕으로 작년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난 모습이지만, 고정비 상승으로 인한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작년 연료비가 1조8000억원에 달해 2020년의 1조2474억원과 비교해 44.3% 증가했다.
4분기로 기준으로는 작년 5891억원으로, 2020년 4분기 2582억원보다 2배 넘게 늘었다.
대한항공은 연간 유류 소모량이 평균 3천만배럴에 달한다. 배럴당 유가가 1달러 변동하면 약 3천만달러의 손익 변동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3분기 연료비는 22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다. 4분기에는 연료비 지출이 더욱 많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는 급등한 항공화물 운임이 유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분을 상쇄했지만, 화물 운임이 안정세에 접어들고 물동량이 감소하면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화물 운임 추정치가 올랐음에도 연료비 상승으로 인해 대한항공의 연간 영업이익을 제한적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LCC는 현재 국제선 운항 중단으로 연료 소비가 줄었지만, 향후 운항이 확대되면 고유가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있다.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인상돼 탑승객이 부담하는 항공운임 총액이 늘어나면서 여행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음달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6단계가 부과돼 편도 기준 거리 비례별로 1만800원~8만400원이 부과된다.
높아진 원/달러 환율도 항공사의 수익 반등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작년 1월 1,082.1원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말 1,200원을 넘었다.
항공기 리스비와 유가 등을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사들은 환율 상승에 따른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영업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56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재무제표상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19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제주항공은 환율이 5% 상승하면 185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형 항공사는 화물사업 덕분에 대외환경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며 "경영난에 빠진 LCC가 고유가 등의 외부 요인으로 인해 글로벌 여객 수요 회복 흐름을 타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