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계점에 다다른 가운데 막판 극적 해법을 마련해보려는 외교적 움직임도 더욱 긴박해지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날짜를 16일로 못 박아 제시했고 세계 각국은 이에 맞춰 주재 외교관과 자국민에 대피 명령을 내리면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미국 등 각국 정상이 전쟁을 피하려고 외교전에 막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러시아도 대화를 계속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만 언제 러시아가 갑자기 침공을 감행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보는 'D-데이'가 하루 앞으로 바짝 다가왔지만 서방과 러시아 모두 상대방의 요구에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면서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우크라 사태 풀어낼 방안은…"5개 시나리오 있다"
지난 12일 영국 BBC 방송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풀어낼 방안으로 거론되는 5가지 시나리오를 소개하고 장단점과 실현 가능성을 분석했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익보다 손실이 크다고 판단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극적으로 포기하고 서방과 타협할 가능성이다.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전례 없는 수준의 고강도 제재를 가하겠다고 거듭 경고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 때와 달리 우크라이나군의 현대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터라 러시아가 단기간에 적은 피를 흘리고 우크라이나를 일방적으로 점령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1979∼1989년)처럼 오랜 기간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도력이 흔들리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는 강대국으로서 전세계에 군사외교적 역량을 과시하고 '외교적 승리'를 선언하는 수준에서 상황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게 이 시나리오의 핵심이다.
10년에 걸친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입은 손실은 소련의 체제 붕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문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약화한다는 푸틴 대통령의 목표에는 부합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나토와 러시아가 상호 군축과 신뢰조치 등이 포함된 새로운 안보협약을 체결하는 방안이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는 자국의 핵심 우려를 불식하는 데 충분치 못한 방안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나토 회원국들이 배치한 미사일 등을 크게 줄인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BBC는 유럽 각국이 러시아와 관련한 새로운 안보 대화를 개시한 상황을 고려하면 푸틴 대통령은 이미 이런 측면에서 이익을 얻은 셈이라고 전했다.
세번째 시나리오는 유럽의 중재로 2015년 체결했으나 사문화한 '민스크 평화협정'을 되살리는 것이나, 우크라이나가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는 분리·독립을 선언한 동부 지역 친러 분리주의 반군에 자치를 보장하는 수준에서 합의를 원하지만, 러시아는 친러 반군이 자치를 넘어 중앙정부의 외교정책 등에도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나토 가입이 힘들어진다.
이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평화를 구축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언급했고,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긴장 완화를 위한 강력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네번째는 우크라이나가 과거 핀란드와 스웨덴이 그랬듯 중립국 선언을 하는 시나리오지만 역시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를 사실상 러시아 영향력 아래에 두는 결과가 돼서다.
마지막으로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러시아가 대치하는 현 상황이 기약없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