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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산업] 친환경의 대가, 전기차 전환이 가져올 부담

탄소중립 수단으로 각광받는 전기차와 풍력발전, 기존보다 더 많은 광물 요구
친환경 경제 전환에서 물가상승 뜻하는 '그린 플레이션' 단어 등장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플랜 속 전기차 전환 부담 당분간 업체 몫될 가능성 커

탄소중립 수단으로 각광받는 친환경 전기차와 풍력발전이 오히려 기존보다 더 많은 광물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이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을 공식화한 가운데 전기차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 가능성도 있다.

16일 KTB투자증권 전혜영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는 기존 내연 기관차보다 6배 많은 광물이 필요하고, 같은 용량의 가스화력발전소보다 육상 풍력 발전소는 9배, 해상 풍력 발전소는 12배 많은 광물 자원이 요구된다.

광물 친환경 수요량 KTB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보거서 캡쳐]

IEA(국제에너지기구)의 'Net Zero' (지구 기후에 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가 균형에 이른 상태) 시나리오 충족을 위해서는 2040년까지 2020년 대비 2배 이상의 광물이 요구된다. 광물별로는 리튬 42배, 흑연 25배, 니켈 19배가 증가한다.

실제로 친환경 기조에 따른 광물 수요 증가는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구리, 리튬, 코발트는 전기차, 태양광/풍력 발전 등 친환경 인프라 수요 증가 요인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 ESG 규제, 친환경 인프라에 필요한 광물 생산에 영향

지속 가능성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조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친환경 자동차, 풍력발전, 태양광 발전 기술에 필수적인 광물 가격 상승의 또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전세계 원자재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중국은 탄소중립 방침으로 석탄 발전 가동을 줄이면서 글로벌 원자재 공급이 감소했다. 호주 리튬 채광 업체 '리오틴토'는 세르비아 내 광물 탐사 허가가 환경 문제 명분으로 거절받았다. 세계 2위 리튬 생산 국가인 칠레는 환경보호를 위한 원자재 채굴 제한 계획을 밝혔고 니켈 1위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니켈 채굴을 위해 석탄을 사용한다. 전기차 생산을 더 늘리기 위해 니켈 채굴을 늘려야하는데 이를 위해선 더 많은 석탄 사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포스코 아르헨티나 염호 2021.12.16
포스코는 수산화리튬 생산공장을 2024년 상반기에 준공하는 한편 연 생산규모 2만5000톤을 자랑할 예정이다. 이는 전기차 약 60만대에 사용할수 있는 규모다. 사진은 아르헨티나 리튬 생산 데모플랜트공장과 염수 저장시설 [사진 : 포스코 제공] <이 사진은 참고용일 뿐 기사와 관계 없습니다>

전 연구원은 "강화된 규제는 광산, 제련소를 비롯한 탄소를 방출하는 모든 원천에 대한 투자와 생산을 억제하며 광물들의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며 "태양광과 풍력, 전기 자동차, 기타 재생 기술에 필수적인 리튬, 니켈, 구리,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과 광물의 가격 상승 시기를 당겨왔다"고 설명했다.

◆ 탄소중립의 나비효과, 전기차 보급 영향줄수도

전혜영 연구원은 "2020년부터 가속화된 글로벌 국가들의 탄소중립 정책은 청정경제 구축에 필요한 자재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는데 지금껏 어떠한 광물도 이렇게 짧은 기간에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한 물가상승 요인이 새로운 형태의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는 이를 그린플레이션(Green+Inflation)으로 설명했다.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이로 인한 물가 상승이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린플레이션 인플레이션 설명도 KTB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보고서 캡쳐]

주요 국가는 이르면 202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판매 중단 시점을 발표했다. 블룸버그 뉴데이너지 파이낸스 등 주요 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판매대수는 2030년까지 연평균 약 2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2030년이 되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내연기관차를 추월할 전망이다.

그린플레이션은 탄소중립의 중심 전기차와 배터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리튬이온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광물수요만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7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이들 광물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전기차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보급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연기관 단종 일정 전경련 보고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 전기차 전환 부담은 누가 질까

그럼에도 전문가는 전기차 전환이 오히려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 연구원은 "EV 수요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전기차 가격이 기대만큼 빠르게 하락하지 않아 시장 위축이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망의 근거로 각국의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보조금 정책, EU(유럽연합)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벌금 부과, EV 모델 출시 다양화를 들었다.

전기차 가격 인상의 소비자 부담 가능성이 나오지만 오히려 완성차 업체가 감당할 것으로 보인다.

전 연구원은 "2022년은 GM, 토요타 등 전통 업체들이 전기차 라인업을 본격 확대해 판매에 돌입하는 해로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배터리 원가를 흡수하고 경쟁 업체들에게 가격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며 "신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해 판매량을 늘려야하는 이 시기에 가격 인상은 꺼내기 힘든 카드가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전기자동차 전기차 충전 친환경
[나주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