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의 대(對)러시아 수출통제 조치인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면제 대상에 한국을 포함하기 위한 합의를 최대한 빨리 끌어내겠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협의를 앞두고 멕시코를 방문 중인 여 본부장은 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측에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동맹국과 유사한 수준의 (대러시아) 수출통제에 동참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하고 그에 따라 양국 협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합의를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특히 FDPR 면제에 대한 부분은 고위급 대면 협의를 통해 최대한 빨리 양국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FDPR는 미국 밖에서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소프트웨어, 설계를 사용했을 경우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지난달 24일 미국 정부가 발표한 7개 분야 대러시아 수출통제 조치에 포함됐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독자 제재에 나선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과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일본 등 32개국은 FDPR 적용 예외 대상으로 발표했으나 우리나라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여 본부장은 "미국과 유사한 수출통제 시스템을 가진 나라들이 먼저 예외 국가로 지정됐지만, 언제든지 명단이 업데이트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제재 동참이 늦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미국의 우방국이라는 위치와 글로벌 위상은 물론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 등 여러 가지를 충분히 고려해서 국익에 최선인 시점과 방식, 내용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얼마나 장기화할지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제재 동참을) 며칠 먼저 발표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본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해 국익에 최선인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멕시코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 논의 등을 위해 멕시코를 찾은 여 본부장은 멕시코 일정을 예정보다 단축한 채 2일 미국으로 떠나 3일과 4일 미 상무부와 미 무역대표부(USTR) 고위급을 만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한미 양국은 이미 1일 FDPR 예외 적용 논의를 위한 국장급 화상회의를 시작했다.
여 본부장은 첫 회의에서 양측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충분한 의견을 나눴다"며 "건설적인 협의였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에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고, 발생하는 비용도 가능하면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합의를 끌어낼 것임을 밝혔다.
정부가 이미 발표한 전략물자 대러 수출 차단 외에 추가 수출통제 방안과 관련해서는 "비(非)전략물자는 우리와 미국의 체계가 따로 있기 때문에 기술적인 접점을 찾기 위한 협의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대러 수출통제에 대한 기업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 주 중에 업계 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전개 중인 상황이라 완전한 정보는 아니지만 최신 정보를 공유해 함께 대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