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충격으로 세계 원자재 가격이 '1차 오일쇼크' 당시인 1974년 이후 약 47년여 만에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4일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지수는 이주 들어 9.37% 상승했다. 이는 1974년 9월 마지막 주(+9.67%) 이후 주간 상승률로는 최고치다.
이 지수는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와 밀·대두 등 곡물, 금·구리 등 금속을 포함한 33개 주요 원자재 현물 가격으로 구성돼 있다.
또 금융정보서비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국제 원자재 가격의 다른 주요 척도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GSCI 지수도 이번 주에 16% 상승, 2008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특히 주간 상승률은 1970년 이후 최대를 나타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수급 차질 우려가 퍼지면서 원유·천연가스를 필두로 곡물과 금속 등 전방위로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확산했다.
주요 원자재 중 유럽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수급 불안 우려로 3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역대 최고가인 MWh(메가와트시)당 199.99유로까지 치솟는 등 지난 1주일간 2배 이상 올랐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호주 뉴캐슬 발전용 석탄 선물 가격도 세계 3대 석탄 수출국인 러시아에 대한 제재 여파로 지난 1주일간 85%의 급등세를 보였다.
이 가격은 전날 t당 446달러로 하루 만에 46% 뛰어올라 2008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장중에 4.3%까지 오르면서 3주 연속 상승을 눈앞에 뒀다.
알루미늄 가격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장중 한때 t당 3850달러까지 치솟아 신고가를 경신했다.
니켈 가격도 8% 오르면서 11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으며, 구리도 사상 최고가에 거래를 마쳤다.
러시아가 전 세계 공급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팔라듐 가격은 한때 4.8% 오르면서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온스당 2800달러에 근접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가 세계 수출량의 약 29%를 차지하는 밀 등 곡물값도 뛰어올랐다.
미국 밀 선물 가격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7.2% 뛰어오른 부셸(곡물 중량 단위·1부셸=27.2㎏)당 11.16달러를 기록, 2008년 3월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CBOT에서 쌀 선물 가격은 100파운드당 16.89달러로 4.2% 올랐다. 이는 2020년 5월 이후 최고가다.
옥수수 가격도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옥수수는 4분의 3부셸당 7.66달러로 2.5% 올랐으며, 대두는 0.6% 상승한 2분의 1부셸당 16.78달러를 나타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주 들어 밀은 41%, 옥수수는 17%, 대두는 6% 각각 올랐다.
뉴욕시장에서 국제유가는 3일에도 장 초반 급등세를 이어갔지만 이란 핵 협상 타결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하락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93달러(2.65%) 하락한 배럴당 107.6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선물 가격은 이날 한때 배럴당 116.57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8년 9월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이번 주에만 20%나 급등했다.
브렌트유 가격도 장중에 2012년 5월 이후 최고가인 배럴당 119.84달러까지 급등했다가 이후 113달러대로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최악의 경우 배럴당 185달러까지 뛰어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여전히 러시아발 수급 불안 우려가 시장에 팽배한 모습이다.
JP모건체이스는 러시아산 원유의 66%가 구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러시아산 원유의 수출 차질이 연말까지 이어지는 경우를 가정하면 유가가 올 연말 배럴당 185달러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정보업체 리스태드 에너지의 주랜드 리스태드 최고경영자(CEO)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선을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 등의 전략비축유 방출 계획 발표가 공급부족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면서 국제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