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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급등에 보험사 건전성지표 급격 악화

최근 시장금리가 치솟으면서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이 건전성 지표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시장금리 급등으로 각 보험사의 지급여력(RBC) 비율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의 비율을 뜻하는 RBC 비율은 보험회사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보험업법에서 100% 이상을 유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보험사의 RBC 비율은 평균 246.2%로 150% 미만으로 떨어진 보험사는 최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이 유일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분기 말 기준 평균 RBC 비율은 3분기 연속으로 하락할 것이 확실시된다"며 "치솟는 금리를 고려할 때 보험업계 평균 RBC 비율이 10~40%포인트가량 추락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 상승은 일반적으로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을 올려주고 자본이 늘어나는 '호재'로 여겨진다. 그러나 금리가 상승하면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한 채권의 평가이익이 감소하면서 RBC 비율은 떨어지게 된다.

보험사의 채권 계정 분류 현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국채 10년물 금리가 10bp(1bp=0.01%포인트) 오르면 RBC 비율이 1~5%포인트 하락한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작년 말 2.25%에서 3월 말 2.97%로 올랐고, 19일에는 3.35%까지 치솟았다.

석 달만에 70bp가 상승한 것으로 RBC 비율이 보험사에 따라 크게는 30%포인트 넘게 빠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내년 시행되는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과 새 자본 규제 신(新)지급여력제도(K-ICS)를 앞두고 2020년 저금리 시기에 실질적인 자본 확충이 아닌 채권 재분류를 이용해 RBC 비율을 끌어올린 보험사들의 RBC 비율 하락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하면 시가로 평가하게 되므로 금리 상승기에는 가용자본이 감소, RBC 비율이 떨어지게 된다.

채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한 보험사는 해당 회계연도를 포함해 3개 회계연도 동안에는 다시 만기 보유로 재분류할 수 없다. DGB생명, NH농협생명, 한화손해보험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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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금리 동향을 볼 때 1분기 말 기준으로 RBC 비율이 '요주의' 수준인 150% 미만으로 추락하는 보험사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금리 상승 추이로 볼 때 연내에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10여개 보험사가 RBC 비율이 '요주의' 수준인 150%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업계 일각의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RBC 비율이 200% 미만인 보험사는 DB생명(157.7%), 흥국생명(163.2%), KDB생명(168.9%), KB생명(186.5%), 한화생명(184.6%), 흥국화재(155.4%), AXA손해보험(169.7%) 한화손해보험(176.9%) KB손해보험(179.4%) 등이다.

RBC 비율이 150% 미만으로 떨어지더라도 100% 이상이면 법정 기준 이내이며, 당장 보험금 지급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금리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일부 보험사의 RBC 비율이 100%선에 근접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심각한 상황이 아니지만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 계속된다면 재무 건전성 지표는 더욱 악화할 수도 있다"며 "RBC 비율 규제가 유지되는 연말까지는 각 보험사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 필요한 자본 확충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