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공급 규제 이후 대만과 일본 반도체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메모리 반도체 위주인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위상이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중국 화웨이와 SMIC(中芯國際·중신궈지)를 대상으로 한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 규제 이후 대만과 한국, 아세안 6개국(베트남·싱가포르·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일본, 미국의 중국 반도체 수입 시장 점유율 변화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미국은 2019년부터 화웨이나 SMIC가 자국 기술이 포함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을 막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과 일본의 중국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공급 규제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8년에 비해 각각 4.4%포인트(p)와 1.8%p 늘어난 반면 한국의 점유율은 5.5%p 줄었다.
또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이 2018년에 비해 37.2% 늘어난 가운데 대만과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반도체가 각각 57.4%와 3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미국의 제재로 중국의 토종 기업과 중국 내 외국인 투자 기업의 미국산 반도체 구매가 막히면서 대만산 반도체 칩 수입을 대폭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이 우리나라로부터 수입한 반도체는 6.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미국의 규제 여파로 화웨이가 한국산 메모리 구매를 중단한데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서 지난해 중국의 한국산 메모리 수입액이 2018년 대비 13.7% 줄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가전제품의 핵심 비메모리반도체인 마이크로컨트롤러와 기타 반도체는 각각 69.3%, 67.7% 증가했다.
전경련은 중국이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중간 단계인 2020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40% 달성 목표를 내세웠지만, 실제 반도체 자급률은 15.8%에 그쳤으며 중국 내 생산 반도체 집적회로(IC)의 대부분은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이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반도체산업은 매출액과 생산량이 2018년에 비해 각각 61.0%와 94.0% 늘어나는 등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의 1위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반도체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50억달러(약 6조1천6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2위 업체인 화훙반도체는 약 150억위안(약 2조9천억원)의 투자 자금 조달에 나선 상황이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가 자주적 반도체 생태계 구축과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는 만큼 새 정부도 우리 반도체산업의 글로벌 초격차 확보를 위해 정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21개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가운데 매출액 대비 정부 지원금 비중이 높은 상위 5개 기업 중 3개가 중국 기업(SMIC 6.6%, 화홍 5%, 칭화유니그룹 4%)이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0.8%와 0.5%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