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올해 1분기 8조원에 가까운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유가를 비롯한 연료비 가격 급등으로 전력구매 부담이 대폭 커졌지만, 전기요금 동결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 우려로 인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한전은 발전 자회사들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재무 개선을 위해 부동산 등 자산 매각에 나서기로 했다.
▲ 한전 1분기 역대 최대 적자…연료비 급등에도 전기요금 동결
한국전력공사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7조7천86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이익 5천656억원)와 비교해 적자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3일 공시했다.
매출은 16조4천64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 순손실은 5조9천259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이번 영업손실은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7조3천903억원을 5.4% 상회했다.
영업손실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한 해 적자액 5조8천601억원보다도 2조원 가까이 많은 것이다.
연료비(7조6천484억원)와 전력구입비(10만5천827억원)가 각각 92.8%, 111.7% 급증한 것이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배경이다.
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 가격이 크게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1분기 LNG t(톤)당 가격은 132만7천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2% 올랐고 유연탄은 191% 상승했다.
이에 비해 전력 판매 수익은 15조3천784억원으로 7.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전은 전력구매 비용이 영업비용의 85% 이상을 차지하는데 LNG·석탄 등 연료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한전이 발전사들에서 사들인 전력 구매비용도 대폭 올랐다.
하지만 이에 비해 판매 가격인 전기요금을 제대로 올리지 못해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한전은 지난해 코로나19 장기화와 고물가 등을 고려해 기준연료비·기후환경비용 증가분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조정하되 국민 부담을 고려해 올해 분할 적용키로 했다.
한전은 유가 변동에 따라 영업실적이 크게 영향을 받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으나 아직은 유명무실한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한전이 17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전 "전기요금 정상화 시급"…물가 인상 압박에 부담
한전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및 가격 급등 상황에서 국내만 예외적으로 전기요금을 동결해 왔다며 전기요금 인상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국제 유가와 한전 영업이익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지금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더욱 커지는 구조"라며 "연료비가격 급등에 따른 전기요금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기요금 판매사들이 연료비 급등으로 심각한 재무적 위기에 봉착해 영국 30개, 일본 14개, 독일 39개, 스페인 25개 등의 전기요금 판매사가 파산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와 영국, 스페인, 일본, 이탈리아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도 모두 전기요금을 인상하거나 국가 재정 지원이 단행되고 있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도매단가(SMP)는 지난달 ㎾h(킬로와트시)당 202.11원으로 처음으로 200원 선을 돌파해 전기요금 인상의 명분은 쌓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 동월(76.35원)보다 164.7%나 급등한 것이다.
올해 1분기에는 180.5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36% 상승했다.
하지만 물가가 전반적으로 급등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마저 대폭 인상될 경우 서민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새 정권 초반에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전기요금을 계속 누르기만 하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그는 전기요금에 연료비를 연동하는 원가주의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방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