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물가 민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와 유류세 인하"
국회선 대통령이 조정할수 있는 유류세율(교통·에너지·환경세의 세율) 범위 최대 70% 논의
유류세 인하 효과 고소득층에 더 큰 혜택 지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고유가 환경으로 정부와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유류세 인하에 나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일 "정부는 물가 민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와 유류세 인하로 공급비용을 낮추고, 취약계층의 생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정유사·주유소 시장점검단을 구성하여 서울시 소재 고가 판매 주유소 3개소를 점검하고 민생안정을 위한 유류세 인하분의 조속한 반영을 당부했다.
국민의힘 물가민생안정특위는 지난달 유류세 인하를 위해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수 있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세율을 현행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은 70%로 늘릴 수 있도록 개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류세 인하로 기름값은 물론 물가 안정을 꾀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이 움직임의 결실이 모든 계층에 돌아갈수 있을까. 앞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최근 '고유가 시대, 서민부담 낮추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4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를 열었다.
장혜영 의원은 "유류세 인하는 상대적으로 유류 소비량이 많은 고소득 가구에 더 큰 혜택이 돌아 가는 역진적인 정책"이라며 "일시적으로 세율을 낮추어 유가 부담을 낮출 수는 있지 만 기조적인 정책수단으로 사용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정의당은 과거 이명박 정부는 유류세를 인하했으나 국제유가가 계속 오르면서 소비자 가격도 올라 세금 인하 효과는 사라지고 1조 6000억 원의 세수만 증발했다고 봤다.
유류세 인하가 소비자 물가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에도 왜 전문가는 유류세 인하 부작용이 있다고 말하는가.
▲ 유류세 인하, 고소득층에 더 큰 혜택...환급제도 검토해야
발제자로 나선 조선대학교 임상수 경제학과 교수도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휘발유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 효과는 고소득층에 더 큰 혜택으로 돌아간다"고 주장하며 "유류세를 최대 인하하는 경우 리터 당 76.91원을 인하하는 효과가 발생하며 소득분위 1분위가 1,990원의 혜택을 입는 반면 5분위는 12,143원의 혜택을 입는다"고 지적했다.
임상수 교수는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 환급제도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경차는 리터당 250원(연 20만원 내), 소형차 200원(15만원), 준중형 150원(10만원)의 환급 안이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임상수 교수는 "고유가는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어 중장기 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외부 요인에 따른 고유가 시대에는 정부 실패 가능성을 고려하여 유류세 환급제도 확대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에너지 빈곤층 사회적 논의 시작해야 한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정책위원은 해외 동향으로 독일 9유로 티켓 정책, 뉴질랜드의 반값 대중교통 정책, EU의 횡재세 논의 등을 소개했다.
이헌석 위원은 "난방용 석유, 전기, 가스의 사용량이 많아지는 겨울이 되면 현재의 고유가 상황은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면서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류세 인하해도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유류세를 인하한다 해도 실제 혜택으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누리는 세금인하 효과는 거의 체감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 유류세의 추가적인 대폭 인하는 실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철 교수에 따르면 세금인하의 혜택은 소비자와 공급자가 서로 나누게 된다. 여기에 외부적 요인으로 국제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 부분적인 세금 인하 효과는 체감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위헌 가능성도 있다. 30% 밴드를 넘는 세율 상하한 확대는 유류세 기본 세율 체계 근간을 훼손하는 것으로 조세 법률 주의에 위배되는 문제가 있다고 김우철 교수는 주장한다.
김우철 교수는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세율 인하와 같은 단순 분산형 지원 방식 보다 생계형이나 경제적 취약 계층 소비자를 중심으로 지원 대상을 한정하여 보조금이나 바우처를 지급하는 것과 같은 집중형 지원 방식이 형평성과 효율성 그리고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더 바람직 하다"고 지적했다.
▲ 화물차주 부담 심화, 탄소중립에도 역행
유류세 인하는 화물차주에게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박귀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정책국장은 "현재 시행중인 유류세 인하 및 유가보조금 제도는 유가 급등의 피해를 직격으로 맞은 화물노동자에게 큰 실효성이 없으며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대책"이라며 실효성 있는 화물노동자 지원 정책 마련과 화주기업 책임 강화, 안전운임제 화물자동차 전면 확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탄소중립 역행에 대해 플랜 1.5 윤세종 변호사는 "수송 부문의 석유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데에는 석유 소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사회적 비용이 내부화되지 않은 점도 기여가 컸음을 고려할 때 유류세 인하보다는 석유 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세금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세수를 수송 부문의 전환과 기후변화 대응에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정부가 지난 달 30일 내놓은 5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교통세는 유류세 한시 인하 영향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0.5조원 감소했고 1월 부터 5월까지로 확대하면 2.6조원이 감소했다. 유류세 추가 인하가 현실화되면 교통세 세수감소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혜영 의원은 "유가는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유류세 인하와 같은 뭉뚝 한 정책이 아니라 고유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와 취약계층을 충분히 지원하면서도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