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후반기 국회 원(院) 구성 협상의 9부 능선을 넘었지만, 최종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최대 걸림돌이 된 것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다루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로 알려졌다. 여야가 서로 '과방위 사수'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일괄타결은 결국 불발됐다.
여야는 14일 오후 6시께까지 온종일 원내지도부 간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갔다.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국회 사법개혁특위 운영과 관련해서도 한때 잠정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사개특위 위원 정수는 여야 각각 6명씩 동수로 하고 위원장은 야당이 맡되 '안건은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넣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권성동,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사흘째 원 구성 협상 관련 회동을 한 자리에서 이같은 내용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YTN에 출연해 "사법개혁특위 명칭을 수사사법체계 개혁특위로 명칭을 변경하고 (위원은 여야) 6대 6으로 하고,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되, (안건은) 합의처리하는 것으로 변경해서 잠정적으로 합의를 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부분까지는 잠정 합의가 됐는데 모든 것을 일괄 타결하기로 했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사개특위 잠정 합의도 무효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가 전한대로 여야는 원 구성 협상을 '일괄 타결'하기로 한 상태여서 막판 쟁점으로 떠오른 '과방위-행안위 배분' 등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사개특위 운영과 관련된 잠정 합의도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협상 중단을 최종 선언하면서 권 원내대표의 YTN 인터뷰를 문제삼았다. 권 원내대표가 '일괄 타결 후 협상 결과 발표'라는 합의를 어겼다는 것이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오후 서면 브리핑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 내용만 언론을 통해 밝히며 협상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원 구성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가 사개특위 위원 정수를 여야 각각 6명씩 동수로 잠정 합의하고,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기로 한 여야 간 잠정 합의안을 공개한 데 대한 반발이다.
민주당의 이같은 반발의 이면엔 양당의 사개특위 구성 관련 잠정 합의안에 정의당 등 비교섭단체가 제외된 사실이 일찍 알려진 점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도 읽힌다.
당초 국민의힘은 사개특위 위원을 여야 5대 5 동수로 구성하고 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는 방안을, 민주당은 정수를 국민의힘 6, 민주당 6, 비교섭단체 1명으로 하고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는 안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협상 도중 공개된 잠정 합의안에서는 비교섭단체가 위원정수에서 제외돼 민주당으로서는 제2야당인 정의당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졌다.
실제로 정의당은 이날 사개특위 관련 협상안이 공개된 뒤 민주당 측에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날 오후 원 구성 협상 중단을 선언하자 맹비난을 퍼부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원 구성 협상이 막바지에 와서 더이상 진전되지 않고 있던 실제 이유는 민주당이 행안위와 과방위를 모두 차지하려고 욕심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원 구성 협상 중단선언은 제헌절 이전에 원 구성을 마치자는 국회의장과 양당간 합의를 언제든지 깰 수 있다는 협박"이라며"벼랑 끝 전술을 통해 기어코 행안위와 과방위를 모두 가져가겠다는 몽니 선언"이라고 쏘아붙였다.
협상타결은 불발됐지만, 오는 17일 제헌절 이전에 원 구성을 마치기로 여야가 합의한 만큼, 오는 15일에도 여야는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양당 원내 지도부 내에선 연이은 협상을 통해 대부분의 쟁점이 해소됐다는 공감대도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