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보이는 가운데 대중 수출액이 갈수록 줄어 한국의 중국 수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새 경제통상 플랫폼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반도체 공급망 동맹인 소위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참여가 중국 수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국내 기업들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에 정부는 내달 24일이 한중 수교 30주년인 것을 계기로 대중 수출을 증가세로 돌려놓을 방안을 모색 중이다.
▲대중 무역 수지 적자 28년만에 처음
2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출액 3천505억달러 가운데 중국 수출액이 814억달러로 23.2%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25.1%)보다 1.9%포인트(p) 하락한 것이다.
반면 올해 상반기 미국에 대한 수출액은 549억달러로 15.7%에 달해 지난해 동기보다 0.4%p 올랐다.
상반기 중국 수출액이 6.9% 늘긴 했지만, 전체 평균 증가율(15.6%)을 크게 밑돌았으며 특히 미국(18.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중 무역수지는 5월 11억달러, 6월 12억달러의 적자를 보였으며 7월에도 적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7월 1~20일 대중 무역적자 규모는 15억달러에 달했다.
월간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4년 8월(-1천400만달러) 이후 약 28년 만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대중 수출 비중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대중 수출 비중은 26.8%에서 2019년 25.1%로 크게 하락했다. 2020년 25.9%로 다시 올랐지만 지난해 25.3%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23.2%까지 떨어졌다.
대미 수출 비중은 2018년 12.0%에서 2019년 13.5%, 2020년 14.5%에 이어 지난해 14.9%로 상승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15.7%로 더 올랐다.
▲하이테크 수입 시장, 중국 대만과 공급망 연계 강화에 韓 시장 점유율 하락
미국과의 무역전쟁, 중국의 제조업 기술력 향상에 따른 경쟁 격화도 중국 수출 비중이 낮아지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무협이 최근 발표한 '미중 하이테크 수입 시장에서의 한국 수출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미중이 하이테크(제조시 기술개발(R&D) 비중이 큰 제품) 산업에서 상호 의존도를 줄이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면서 한국 제품의 점유율에도 변화가 생겼다.
중국 내 하이테크 수입시장 1·2위인 대만과 한국의 시장 점유율이 2015년에는 19.0%로 비슷했지만, 지난해에는 한국이 15.9%로 대만(25.2%)보다 9.3%p 낮았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중국이 대만과의 공급망 연계를 강화하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대만산 첨단 품목의 대중 수출이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칩4에 대한 중국 견제, 기업들 대중 수출 악화 우려
칩4에 대한 중국의 견제가 상당하다. 이에 기업들이 중국 수출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칩4는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지난 3월 한국·일본·대만에 제안한 반도체 동맹이다.
미국은 한국에 내달 말까지 칩4 동맹 참여 여부를 확정해 알려달라고 마감 시한을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IPEF·칩4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내달 24일이 한중 수교 30주년인 것을 고려해 이를 계기로 대중 수출을 증가세로 돌려놓을 방안을 모색 중이다.
외교부는 박진 장관이 내달 중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중국과 조율 중이며,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대중 수출입 상황을 점검하며 지원 방안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