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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국산 우유 못 먹을 판' 우윳값 협상 난항 이유는?

정부의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추진에 농가 소득 감소를 우려한 낙농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우유 가격을 결정하는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 협상 불발로 인해 낙농가가 우유 납품을 거부를 결정하면 농가와 유업계는 물론 식품·외식업계 전반에 타격이 우려된다.

정부의 용도별 차등가격제 추진 배경과 유업계, 낙농가 입장을 정리했다.

▲정부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내놓은 배경

국내 유업계가 비싼 국산 원유보다 저렴한 수입산을 선호하면서 수입 원유가 늘어나는 데 대해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유제품을 만드는 가공유 국제 가격이 4~500원 선으로 국내 가격 절반 수준이라 국내 가공유 값도 낮추는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원유 차등 가격제란 마시는 우유와 치즈·버터 등 유제품 가공을 위한 우유로 가격을 두 가지로 나눠서 음용유 가격은 지금과 같이 유지하고 분유로 만드는 가공유값을 낮추는 정책이다.

정부는 우유 수요가 지속해서 감소하는 상황에서 원유 가격을 생산비에만 연동해 결정하는 현재의 구조가 우윳값을 끌어올리기만 한다는 판단에 따라 원유를 음용유(마시는 우유)와 가공유로 나누고 음용유의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값은 더 낮게 책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차등가격제는 음용유와 버터, 치즈 등에 쓰이는 원유 가격에 차등을 둬 낙농가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정부의오후 12:30 2022-07-27 취지다.

정부는 특히 차등가격제가 2026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미국·유럽산 치즈 및 음용유 관세가 철폐되는 것을 고려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우유
[연합뉴스 제공]

▲용도별 차등가격제 찬성하는 유업계

앞으로 우유와 유제품 가격 인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에 유업계로서는 가공유 가격이 낮아지는 데 반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업계도 생산비 연동제대로라면 '밀크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밀크플레이션이란 우윳값 상승으로 우유가 들어가는 다른 유제품 가격도 같이 오른다는 것이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조사에서 버터, 우유, 치즈 등의 낙농제품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1.8%가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우유를 주 원료로 하는 치즈 8.7%, 버터 16% 급등했다.

국내 원유 생산은 감소하는 반면 유제품 소비량은 급증하면서 유제품 수입량 역시 2001년 65만3천톤에서 2020년 243만4천톤(원유 환산)으로 약 178만 톤 이상 늘었다.

이런 변화속에 유업계는 20년 간 현재 낙농산업을 지원하는 쿼터제(원유 생산량 고정하는 것), 생산비 연동제, 정부의 차액 보전 등을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업계는 국내 비싼 원유를 사서 판매하면 해외 제품에 비해 경쟁력을 잃는다고 말했다.

▲낙농업계 반대하는 이유

한국낙농육우협회 등 낙농가 단체는 농가의 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며 정부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강원지회는 지난 25일 궐기대회를 열고 "차등 가격제 도입은 사료값 폭등, 원유감산정책(마이너스쿼터제)에 따라 낙농가 채산성 악화로 낙농 현장이 고사 직전인 상황에서 유가공업체에 쿼터 삭감 면죄부를 부여하는 원유 감산 정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낙농 단체들은 "정부는 차등 가격제를 밀어붙이는 대신 기존 원유가격 연동제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낙농가의 실상을 반영한 새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이를 관철할 때까지 납유 거부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낙농 단체는 이날 원유가격 인상과 사룟값 폭등 대책, FTA 피해 대책 수립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반발하는 낙농계 설득하는 정부

정부는 경기지역 낙농가 관계자를 대상으로 낙농제도 개편안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당초 '원유 납품 거부' 투쟁까지 불사하겠다고 한 낙농유유협회를 설득에 나섰다.

정부는 추진 중인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낙농가 소득이 감소하거나 쿼터가 줄어들 것이라는 생산자의 우려는 오해라고 설명했다.

소득 감소에 대한 낙농가의 우려를 반영해 금년에는 정상 가격으로 거래되는 음용유 물량을 190만톤에서 195만톤으로 증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은 현행 제도 하에서는 올해 전망되는 우유 생산량 195만t(톤) 중 190만t은 정상 가격에 거래되고, 5만t은 초과원유가격에 거래될 것"이라며 "하지만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유업체들이 195만t을 정상(음용유) 가격에 사고, 추가로 10만t을 기존 초과원유 가격보다 높은 가공유 가격에 사게 돼 낙농가의 소득은 감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년 국산 원유 사용 현황을 보면 음용유 175만톤, 가공유 34만톤이다.

하지만,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유업체는 음용유를 현재 구매물량(201만톤) 보다 적은 187만톤만 구매할 수 있어 구매 여력이 생기게 되어, 음용유보다 300원/ℓ이나 저렴한 가공유를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유업체가 국산 원유를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따라 더 싼 가격으로 더 많은 양을 구매하게 되면, 가공유 사용에 필요한 수입을 17~31만톤 줄일 수 있고 현재보다 추가적인 부담 없이도 구매를 늘릴 수 있습니다.

▲원유가격 협상 불발되면

우유가격을 결정하는 원유가격 협상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원유기본가격은 매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하는 농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를 토대로 결정된다.

협의를 거쳐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통과하면 8월 1일 생산분부터 조정 가격을 반영한다. 원칙대로라면 이달 24일까지 협상을 완료해야 한다.

이미 낙농업계와 정부 및 유가공업체들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원유 기본가격 조정협상 위원회'(협상위)조차 꾸리지 못하고 마감 시일을 넘겼다.

그런데 협상 불발로 인해 원유값이 그대로 유지되면 사룟값 등 생산 비용이 급등한 상황에서 낙농가는 반발할 수밖에 없다.

납품 거부가 현실화될 경우 당사자인 농가와 유업계는 물론 식품·외식업계 전반과 소비자에게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