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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계 '적층경쟁' 가열…SK하이닉스 238단 낸드로 우위

반도체 업계의 '적층' 기술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적층은 빌딩처럼 셀(cell)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용량을 늘리는 기술로, 낸드플래시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업계 최고층인 238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하며 적층 기술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게 됐다.

▲SK하이닉스 238단 낸드플래시 상반기 양산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

기술장벽의 한계로 여겨지던 '200단'의 벽을 넘은 것은 미국의 마이크론에 이어 두 번째다.

마이크론이 앞서 지난달 26일(현지시간) 232단 낸드플래시 출하를 시작한다고 밝혔는데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보다 출시는 늦었지만 더 높은 층을 쌓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238단 낸드플래시는 단수가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작은 사이즈로 제작됐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초당 2.4Gb(기가비트)로 이전 세대(176단)보다 50% 빨라졌고, 칩이 데이터를 읽을 때 쓰는 에너지 사용량은 21% 줄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이 반도체 기술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고차원의 적층 기술이 필요하다.

단수가 높을수록 같은 면적에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는 만큼 적층 기술은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과 함께 기술 경쟁력의 대표적인 척도로 꼽힌다.

또 낸드플래시는 한 개의 셀에 몇 개의 정보(비트 단위)를 저장하느냐에 따라 SLC(Single Level Cell·1개), MLC(Multi Level Cell·2개), TLC(Triple Level Cell·3개), QLC(Quadruple Level Cell·4개), PLC(Penta Level Cell·5개) 등으로 규격이 나뉜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개발한 238단 제품은 TLC다.

TLC는 셀 하나에 3개의 정보가 담겼다는 뜻이다. 정보 저장량이 늘수록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다만 적층 기술이 낸드플래시의 기술력을 판가름하는 유일한 잣대는 아니다.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여전히 176단 낸드플래시에 머물러 있다. 더블 스택(double stack) 기술을 사용하면 언제든 256단 적층이 가능하다는 게 삼성전자의 입장이다.

낸드 적층 기술은 가장 위·아래 셀을 하나의 구멍으로 연결한 싱글 스택과 두 차례 구멍을 뚫고 이를 이어붙인 더블 스택으로 나뉜다.

SK하이닉스 FMS서 238단 4D 낸드플래시 신제품 공개
SK하이닉스FMS서 238단 4D 낸드플래시 신제품 공개 [연합뉴스 제공]

▲삼성전자 최적화 단수가 무엇이냐가 더 중요

삼성전자는 현재 싱글 스택 기술로 128단을 한 번에 쌓을 수 있는데 더블 스택 기술을 적용할 경우 256단까지 적층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단수 자체가 기술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실제 적층 단수는 소비자 수요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내부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얼마나 쌓을 수 있냐'가 아니라 '현시점에서 시장에 최적화된 단수가 무엇이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경쟁사들이 적층 경쟁에서 앞서가자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002년 낸드플래시 시장 1위에 올라선 후 지난해까지 20년 연속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매출은 63억3천400만달러(약 8조3천102억원)로, 직전 분기보다 2.3%포인트(p) 오른 35.5%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다.

2위는 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19.0%)였고, 3위는 SK하이닉스(18.1%)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