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외교수장이 4일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난다.
최근 첨예하게 대립 중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어떤 외교적 균형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공동 주재한다.
아세안+3회의는 아세안 국가들과 함께 진행하는 행사지만 한중일 외교장관이 3년 만에 한자리에 모여 정식 회의를 연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이 자리에서 중국은 역내 안정을 위한 동아시아 공동체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최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드러난 역내 불안정성의 원인은 '역외' 국가에 있음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이번 회의 참석을 통해 중국이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동아시아가 평화와 발전의 선도자로 남아 격동하는 전 세계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 같은 발언을 볼 때 중국은 이날 회의에서 동아시아 주요국인 한국에게 대만 해협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메시지를 내달라는 점을 우회적으로라도 표현할 수도 있다.
이에 한국은 역내 안정과 평화가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박진 장관은 전날 아세안 관련 회의 참석차 프놈펜으로 출발하면서 "이번 회의에서 여러 가지 안건이 나올 텐데 관련국들의 의견을 잘 청취하고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세안+3회의와 별개로 이날 박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별도 회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회담 성사를 위해 막판 조율 작업을 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달 도쿄에서 한일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후 3주도 지나지 않았지만 한일 관계 개선의 동력을 이어가는 차원에서 이번 회동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프놈펜에서 다시 만난다면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양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에 일본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도쿄에서 개최된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하야시 외무상은 강제징용 민관협의회 개최 등에 대해 설명하는 우리 정부의 설명을 경청했으나 이에 대해 별도의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한편 박 장관은 이날 저녁 열리는 의장국 주재 환영 만찬에서 북한 측 대표로 참석하는 안광일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 겸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조우할 가능성이 있다.
박 장관은 "별도로 만날 계획은 없지만 회의 기간에 자연스럽게 조우할 기회는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의도적으로 접촉을 피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현재 남북 관계를 고려할 때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는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