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트러스(Liz Truss) 영국 총리는 집권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금융 시장의 혼란과 당내 반발을 촉발한 최고 소득세율 인하를 3일(현지시각) 굴욕적으로 철회했다고 4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집권당 내부에서 정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감세 정책, 특히 소득세 최고세율 45%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분출한 여파가 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쿼지 콰텡(Kwasi Kwarteng) 재무부 장관은 집권 보수당의 일부 의원들이 가장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세금 감면으로 공공 및 복지 지출을 삭감할 수 있다는 제안에 분노에 "겸손하고 통회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른바 '트러스노믹스'라고 불린 450억파운드(약 73조원) 규모의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에 혼돈을 가져온 지 열흘만이다.
트러스 총리와 콰텡 재무부 장관은 정부 재정 부서의 최고위 관리를 해고하고 비용에 대한 예측 없이 감세 계획을 발표했었다.
영국에서 45% 세율이 적용되는 소득 구간은 성인 인구의 1%가량인 50만명에게만 해당하지만, 이들이 워낙 고소득층이라 세입 규모는 60억파운드(약 9조6천억원)에 달한다.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로 줄어드는 세수는 영국 정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450억파운드(약 72조원)규모의 감세안 중 20억파운드(약 3조원) 안팎을 차지한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정부의 발표가 있고 나서 미국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달 26일 사상 최저를 찍었고, 영국 국채 금리도 급등하는 등 금융 시장에 일대 혼란을 가져왔다.
이에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지난달 28일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 10월 14일까지 장기 국채를 사들이겠다는 '깜짝' 카드를 꺼내 들어야 했다.
최고세율 폐지 철회 방침이 발표된 후 이날 아침 미국 달러 대비 파운드화 환율은 1.12달러 선으로 전날보다 소폭 상승세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