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19일(현지시간) 개전 후 처음으로 점령지에서 대피령과 계엄령을 동시에 발동했다. 한편으로 자국 내에도 이동제한 조처를 내리고 동원 태세를 강화했다.
이들 움직임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방어 태세를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로, 이를 위한 후방 지원 능력을 제고하는 동시에 국내 통제의 고삐를 죄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우크라이나 내에서 러시아군의 상황은 지난 7월 초 루한스크(러시아명 루간스크) 점령 이후 악화일로에 있다.
러시아는 당시까지만 해도 더디지만 꾸준히 점령지를 확대했으나 이후로는 진격 속도가 더욱 느려졌고, 9월에는 동부 하르키우주 전선이 완전히 무너졌다.
여기에 남부 헤르손주 전선까지 흔들리자 러시아는 9월 말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를 전격 합병하고 예비군 대상 30만 명 규모의 동원령까지 발령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에서 처음 내려진 동원령이었다.
그러나 이들 특단의 대책조차도 현재까지는 '약발'이 듣지 않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점령지 합병 선언 직후 동부 요충지 리만을 탈환한 데 이어 이달 들어 헤르손에서 500㎢에 달하는 영토를 탈환했다.
추가로 예고된 우크라이나의 대공세에 이날 러시아는 결국 6만 명 규모의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헤르손 점령지 행정부마저 주민들과 함께 대피에 착수한 것만 봐도 러시아가 느끼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지역 합동군 총사령관인 세르게이 수로비킨은 전날 인터뷰에서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며 "복잡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것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커지는 위기 상황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다. 국가안보회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인 2월, 그리고 침공이 진행 중인 지난 5월에 이어 5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점령지에 대한 총력 방어 체제를 갖추기 위해 계엄령 카드를 꺼냈다.
그는 계엄령뿐만 아니라 자국 내 통제 강화 조처를 내리는 등 군의 작전 능력을 보강해 점령지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전국 80여 개 지역 수반에 대해 핵심 시설 방어와 공공질서 유지, 군사작전 지원을 위한 생산증대와 관련한 추가 권한을 부여한 것은 사실상 전시체제에 해당하는 조처들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조치로 우크라이나에서 작전을 지원할 경제·산업 능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대한 이동제한령을 내리고 전국 지역별 수반의 권한을 강화한 것은 자국 내 여론 통제를 노린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동원령 발령에 이어 사실상의 전시체제에 돌입하고도 전세를 뒤집지 못할 경우 전쟁 지속 능력에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