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2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25%에서 2.00%로 0.7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 7월 11년 만에 '빅스텝'(0.5%P 인상)으로 기준금리를 처음 인상하며 금리정상화를 향한 여정을 시작한 이후 두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으로 물가 대응에 박차를 가했다.
ECB는 시중은행들에 제공해온 2조1천억유로(2천992조원) 규모의 초저금리 대출프로그램의 조건을 변경해 시중은행들의 자금줄을 조이기로 했다. 이로 인해 시중금리 상승세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00%로,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1.5%와 2.25%로 0.75%P씩 올리기로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빠른 금리 인상은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리고, 경제회복을 북돋우는 데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ECB의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ECB의 사명은 물가상승세와 싸우는 것"이라며 "모든 이들은 자신의 임무를 해야 한다. 우리 임무는 물가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로존 내 경제활동은 3분기에 상당히 둔화했다"면서 "올해 연말 내지 내년 초까지 경제활동이 지속적으로 약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경기 하방 위험이 명백히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방향에서 "연달아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양적 통화정책을 철회하는 데 근본적인 진전을 했다"면서 "중기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로 적절한 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오늘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앞으로도 더욱 인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CB는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회의 때마다 물가상승률과 경제 전망치에 기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CB는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은 수준으로, 예상보다 긴 기간 목표치인 2% 이상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며 ECB의 통화정책은 수요에 대한 지지를 줄이고, 기대 인플레이션의 지속적 상승위험을 경계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9.9% 뛰어 1997년 관련 통계 집계 개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독일이 10.9%, 프랑스는 6.2%, 이탈리아가 9.5% 뛰었고,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에서는 22% 넘게 치솟았다.
이날 금리 결정 이후 유로화 가치는 장중 0.9% 하락하면서 1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이날 ECB의 통화정책방향이 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ECB는 시중은행들에 2조1천억 유로에 달하는 자금을 3년간 초저금리로 빌려주는 목표물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Ⅲ)의 적용 금리를 내달 23일부터 변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8조8천억 유로까지 확대한 대차대조표(양적 긴축·QT)를 축소하는 첫 행보로 시중금리 상승세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전망됐다.
ECB는 "예상치 못한 보기 드문 물가상승세로 TLTRO Ⅲ은 전반적인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과 궤를 같이하고, 기준금리 인상이 은행들의 대출조건에 잘 전파될 수 있도록 재조정돼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이 프로그램의 대출금리는 ECB 기준금리에 연동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CB는 아울러 유로화 체계 내 금융기관의 최소준비금에 대한 보수를 수신금리로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CB는 정책금리 인상 이후 기존 자산매입프로그램(APP)을 통해 매입한 만기 채권의 원금을 재투자할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한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과 관련해서는 2024년 말까지 만기채권의 원금 재투자를 지속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