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올해 들어 첫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기술적 경기침체 상태에서 벗어났다.
시장 전망을 웃도는 성장 폭이지만, 일시적인 무역수지 개선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경기둔화를 시사하는 세부 지표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내년에는 '진짜' 침체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미 상무부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2.6%로 집계됐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2.3%를 상회한 결과다.
플러스 성장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지난 1분기 -1.6%, 지난 2분기 -0.6% 각각 후퇴한 미 경제는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기술적 경기침체의 정의를 충족한 바 있다.
물론 튼튼한 고용시장과 미국인들의 소비 여력을 고려할 때 진정한 경기침체와는 거리가 멀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지만, 이날 발표는 시장에서 통용되는 경기침체의 기술적 기준에서 탈피했다는 의미가 있다.
무역수지 개선과 여전히 강한 소비자 지출이 미국의 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린 원동력으로 분석된다.
상무부는 수출, 소비자 지출, 비주거 고정투자, 연방정부 및 지방정부의 지출 증가가 3분기 GDP 증가에 공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상반기 역성장의 '주범'이었던 무역적자는 3분기 수출이 14.4% 증가하고 수입은 6.9% 감소한 덕분에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에 힘입어 정유 제품 등의 수출이 증가했다고 상무부는 전했다.
반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과 그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 여파로 주거용 고정투자와 민간 재고투자는 감소했다.
예상보다 좋은 3분기 GDP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과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실제로는 느려졌다고 평가한다.
뉴욕타임스(NYT)는 변동성이 심한 국제 무역수지 개선이 3분기 GDP 전체 숫자를 왜곡했다며 소비지출 둔화와 주택시장 약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은 3분기 1.4% 증가해 2분기 2.0%보다 성장 폭이 줄어들었고, 3분기 주택 부문은 7.4% 위축돼 전체 GDP를 1.4%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미국시장 수석이코노미스트 마이클 게이펀은 "전체 숫자는 무시해야 한다. 성장 속도는 느려지고 있다"라며 "몇 번의 추가 둔화만으로도 경제는 침체에 빠져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달러 현상으로 미국의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3분기와 같은 무역수지 개선 흐름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부 경제학자들이 GDP 전체 수치보다 더 주목하는 지표인 국내 구매자 실질 최종판매는 3분기 0.1% 증가하는 데 그쳐 1분기(2.1%)와 2분기(0.5%)에 비해 뚜렷하게 둔화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따라서 구체적인 내용은 좋았지만 역대 최대폭 무역적자 탓에 마이너스 성장했던 상반기와 정반대로 3분기에는 세부 내용이 악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역적자 개선으로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한 것에 불과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준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향후 기업과 소비자가 지출을 더 줄이고 실업자가 늘어나면 4분기 성장률이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내년에는 기술적 침체가 아닌 실제 경기침체가 찾아올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미 성장률은 속보치와 잠정치, 확정치로 3차례 나눠 발표된다. 이날 발표는 속보치로 향후 수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