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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브라질 대선 1.8%P차 신승, 12년만에 재집권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77) 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의 초접전 대결 끝에 승리했다.

룰라 당선인은 이날 대선 결선 투표에서 99.99%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50.9%의 득표율로, 49.1%를 득표한 자이르 보우소나루(67) 대통령을 가까스로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 지었다.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4년이다.

두 전·현직 대통령 간 득표율 차이는 불과 1.8% 포인트다. 1989년 브라질에 직선제를 도입한 이후 가장 작은 득표차다.

직전 기록은 2014년 대선이었다. 당시 연임에 성공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결선에서 51.64%를 얻어, 48.36%의 아에시우 네베스 후보를 3.28% 포인트 차로 제쳤다.

지난 2003∼2010년 8년간 재임하며 인구 2억1천만명의 남미 대국을 이끌었던 룰라 당선인은 이날 승리로 브라질 역사상 첫 3선 대통령이 됐다. 임기를 종료한 전직 대통령이 다시 대선에 나서 현직 대통령의 연임을 저지한 사례도 이번이 처음이다.

전자투표 종료 시간(오후 5시·수도 브라질리아 기준) 이후 곧바로 시작된 개표는 내내 피를 말리는 초접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룰라 당선인은 개표 직후 잠깐을 제외하곤 개표가 3분의 2 정도 이뤄질 때까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뒤지면서도 격차를 점점 줄여나갔다.

이어 개표율 67%대에 처음으로 역전한 뒤 근소하게 차이를 벌려 나갔고, 개표 막바지에 1.8% 포인트라는 간발의 차이로 당선을 거머쥐었다.

브라질 최고선거법원은 개표율 99% 근처까지 와서야 룰라 전 대통령의 당선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2일 1차 투표 당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60%대 후반까지 우위를 보이다가 역전당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 되풀이된 셈이다.

1차 투표에선 룰라 전 대통령이 70% 초반부터 선두로 나서 결국 1위를 차지했으나, 과반 득표에는 실패해 이날 결선투표가 치러졌다.

올해 브라질 대선은 특히 유력한 제3의 후보가 없는 가운데 사실상 좌·우파 후보의 일대일 대결 구도로 치러지면서 진영 간 극단적인 이념대결로 전개됐고, 브라질 사회는 양분된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지역 갈등 양상까지 나타났다.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등 남부 인구 밀집 도심 지역에선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미나스제라이스와 페르남부쿠 등 북동부 지역에서는 룰라 당선인이 우위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새로 출범하는 룰라 정부는 향후 국정 운영에서 국민적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는 게 주요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룰라 당선인도 스스로 이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듯 당선 소감 첫 일성으로 "두 개의 브라질은 없다. 증오로 물든 시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화합을 호소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당선인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당선인 [AFP/연합뉴스 제공]

'좌파 대부' 룰라 당선인의 화려한 부활로, 중남미에 일렁이는 좌파 물결은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멕시코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 국민들이 잇따라 좌파 정부를 택한 데 이어 변화를 열망하는 브라질 민심도 '좌향좌'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중남미 국가에서의 좌파 집권 흐름을 뜻하는 '핑크 타이드'(분홍 물결)가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이어 다시 등장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라질과 국제 사회의 시선은 이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선거 승복 여부에 쏠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룰라 당선인에게 내내 밀렸던 보우소나루 대통령 측은 그간 전자투표기기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음을 내비쳐왔다.

최근엔 폭동을 포함해 지난 2020년 미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패배 이후 나타났던 사회적 혼란상이 브라질에서 재연될 수도 있다는 강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가족과 함께 개표 방송을 시청한 것으로 알려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석패가 결정된 이후에도 밤늦게까지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