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에너지 위기가 올해보다는 내년 겨울에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경고가 세계 주요 에너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나왔다.
미국 CNBC 방송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유럽이 90%에 이르는 천연가스 비축량을 통해 올해 겨울은 넘길 수 있겠지만, 내년에는 올해만큼 천연가스를 비축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현재 유럽의 천연가스 저장량 중 많은 부분이 이전에 수입된 러시아산 가스이지만, 내년에는 러시아산 수입량이 의미 없을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올해만큼 천연가스를 비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 에너지 기업 BP의 버나드 루니 CEO는 이날 인터뷰에서 유럽이 올해는 비축 천연가스와 정부 보조금으로 그럭저럭 버티겠지만, 내년에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많은 사람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니 CEO는 에너지 가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을 향해 가고 있다면서 일부 사람들은 이미 가처분소득의 50% 이상을 에너지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 기업 에니의 클라우디오 데스칼지 CEO도 내년에는 러시아 천연가스를 아예 수입 못 할 수도 있다면서 문제는 올해가 아니라 내년 겨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위기가 심각한 사회불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나스의 텐구 무함마드 타우픽 CEO는 석유나 액화석유가스(LPG) 같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 얼마든지 사회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타우픽 CEO는 달러화 강세와 연료 가격 상승이 이미 여러 아시아 국가에 심각한 위험이 되고 있다면서 대응능력을 소진한 정부가 사회불안에 직면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