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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2년..내실 탄탄히 다지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지난 10월 14일 취임 2년을 맞았다. 이 기간 동안 현대차그룹은 내실을 탄탄히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현대차그룹 글로벌 실적은 판매량에서 세계 3위에 올랐다. 도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세 손가락 안에 든 것이다. 이전까지 현대차그룹은 5위에 머물러 오다 2년 만에 2단계 뛰어올랐다. 현대차·기아의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06조5317억원·8조7493억원을 기록하며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정 회장은 2020년 10월 14일 현대차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정몽구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났고 이로써 현대가 3세 시대가 열렸다. 그가 회장직에 오르자 현대차그룹은 이전의 경직된 기업 문화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과거 군대식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정주영 현대 창업자와 정몽구 명예회장이 그룹을 이끌던 시대에는 경직된 상명하달 수직 문화가 짙게 깔려 있었다. 그러나, 정의선 회장이 배를 이끌게 된 뒤로 부터는 수평적 문화가 스며들었다. 이것이 현대차그룹 변화의 시작이었다.

사실 '정의선 체제'는 2018년 9월 시작됐다. 당시 부회장이었던 그는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르며 사실상 총수 역할을 맡았다. 당시 정몽구 명예회장에 대한 건강 문제가 언급되고 있었고 실제 그는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외부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차량 판매 실적을 보지만 정작 정 회장은 "자동차 판매 1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진보적 기업 문화가 정착 돼 인재들이 오고 싶은 회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쟁에 혈안이 된 대부분의 리더들과는 조금은 다른 사고를 엿볼 수 있는 발언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자동차 제조 기업이 아닌 스마트모빌리티 기업으로 변화시켰다. 이는 큰 전환이었다. 더이상 제조업 중심이 아닌 것이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고 로봇 기업을 인수한 것에서 엿볼 수 있다. 2020년 12월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한건 로봇을 활용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함이었다. 현대차그룹이 로봇 기업을 인수했다는 것이 누군가에는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이것을 통해 정 회장이 세계 흐름을 읽는 눈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사업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로봇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로봇 기술과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등과 연계해 스마트 물류 솔루션으로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 첨단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으로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주는 역할도 하게 된다.

자동차 업계의 전기차 전환과 관련한 정 회장의 '퍼스트무버' 전략은 글로벌 전기차 부문에서 테슬라, 폭스바겐과 더불어 3강을 다지고 있는 현 상황을 가능하게 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적용한 '아이오닉 5', 'EV6'는 유럽과 북미 등 각 지역에서 '올해의 차'를 수상하는 등 현대차그룹에 대해 전기차 선도 기업이라고 각인시켰다. "전기차 시대는 모든 업체가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며 "해당 시대에서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정 회장은 말했다. 이것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내놓게 된 계기가 됐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 울산과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완공해 전동화 전략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지난 10월 25일 조지아주에서 전기차 전용공장 착공식이 열렸고 정 회장은 기공식에 참석했다. 그는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현대차그룹의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 최적의 파트너를 드디어 찾게 됐다"며 "조지아와 현대차그룹은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전 세계가 선망하는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 시설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정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이 기업 문화를 혁신했을 뿐만 아니라, 개방된 자세로 글로벌 기업들과 모빌리티 부문에서 협업에 나서며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전의 현대차그룹이 아니"라며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전환하기 위한 18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사업 영역이 더이상 자동차에 국한 돼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다섯번째). 주요 인사들이 공장 건설을 알리는 첫 삽을 뜨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다섯번째). 주요 인사들이 공장 건설을 알리는 첫 삽을 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