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대치하는 '신냉전' 기류 속에서 올해 미국과 유럽 간 경제 관계가 새로운 부흥기를 맞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중 갈등 악화에 따라 대서양 동맹국 사이의 무역·투자가 활기를 띠면서 세계의 경제 지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 올해 미국의 상품 수입 중 유럽연합(EU) 및 영국산의 비중이 중국산을 앞질렀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지배적인 무역 파트너로 부상한 2010년대와 비교하면 흐름의 변화라고 할 수도 있다고 저널은 전했다.
특히 유럽 내 제조업 강국인 독일의 지난 9월 중 대미 수출은 1년 전보다 약 50%나 급증했다.
이처럼 대서양 무역이 늘어나면서 최근 뉴욕 등 미 동부 연안의 항구가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아시아발 컨테이너들이 들어오는 로스앤젤레스 같은 서부 연안 항구를 뛰어넘었다.
반대로 유럽에서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되면서 미국이 주요 에너지 공급 국가 중 하나가 됐다.
대서양을 사이에 둔 경제 교류 강화는 상품 무역뿐만이 아니다.
미국 상무부의 지난 7월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의 대미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3조2천억달러(약 4천295조원)로 전년보다 13.5%나 늘었고 미국의 유럽에 대한 FDI도 약 4조달러로 10%가량 증가했다.
또 미 달러화 강세에 힘입어 미국인들이 유럽에 몰려들면서 올해 1∼7월 유럽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이 작년 동기의 거의 3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국제관광기구(WTO)는 지난 9월 분석하기도 했다. 이는 구찌 같은 유럽 명품 브랜드의 매출 증가로도 이어졌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EU와 미국의 경제 관계는 최근 꽤 오랜 기간보다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물론 대서양 동맹국 간의 경제 관계에 마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EU)은 북미(캐나다·멕시코 포함)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만 세액공제 방식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수입품을 차별 대우하는 것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또 EU와 미국은 각각 지역 내 반도체 제조시설의 재활성화를 꾀하면서 추진 중인 수백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문제를 놓고도 조율을 해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베스타게르 부위원장은 지역 내 제조업 강화와 관련해 "경제 모델의 새로 쓰기와 같은 느낌이 있다"며 양 지역이 신기술에 대한 국제 표준설정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