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이 4인 가구 기준으로 내년 1분기에 월 4000원 넘게 오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내년 1분기에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한다고 30일 발표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폭은 역대 최고로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서민 가계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요금 인상률 9.5%, kWh당 13.1원 인상…인상폭 역대 최대
이번 전기요금 인상률은 9.5%이며 전기요금 조정으로 평균적인 4인 가구(월 사용량 307kWh) 기준 월 전기요금 부담액이 4022원(부가세·전력기반기금 미포함) 늘어난다.
이에 따라 4인 가구에 청구되는 전기요금은 5만2000원대에서 5만7000원대로 뛸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와 한전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연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은 kWh당 51.6원으로, 내년 1분기 요금 인상 폭은 1년치 25%에 해당한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내년 전력량요금과 기후환경요금이 각각 kWh당 11.4원, 1.7원 올라 총 13.1원 오른다.
연료비조정단가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현행 조정 상한대로 kWh당 5.0원이 적용된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안은 가정용과 산업용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한전의 전력 판매 수익 증가율(9.5%), kWh당 인상액(13.1원), 4인 가구 기준 인상액(4022원) 모두 지금까지 전기요금을 인상했던 회차를 통틀어 인상폭이 역대 최고다.
앞서 올해 3분기 전기요금 조정단가는 ㎾h당 5원 인상해, 4인 가구 기준 약 1535원 늘었다.
10월에는 기준연료비 ㎾h당 4.9원, 전력량요금 ㎾h당2.5원으로 가정용 전기요금이 7.4원(3590원), 산업용은 16.6원 인상됐다.
정부가 산출한 내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kWh당 51.6원)을 분기별로 균등 분산해 반영하면 내년 한전의 연간 적자는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전은 "일부 연료비 등 이번에 반영하지 못한 잔여 인상요인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의하여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취약계층 전기요금 인상 부담 경감
가계·기업에 모두 부담이 증가하는 가운데 정부는 취약 계층의 체감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부담 경감 방안도 마련했다.
장애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취약계층 약 350만가구의 경우 올해 기준 월평균사용량(313kWh)까지는 인상 전 전기요금을 적용한다.
평균을 초과한 사용량에만 인상된 요금을 적용해 부담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농사용 전기요금은 이번 전력량요금 인상분(kWh당 11.4원)을 3년에 걸쳐 3.8원씩 분할 인상한다. 기후환경요금 인상분(kWh당 1.7원)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요금 인상을 분산 반영해 단기간에 요금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이다.
가스요금은 1분기에는 일단 동결하기로 했다. 정부는 에너지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동절기인데다 공공요금이 한꺼번에 대폭 오르면 국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가스요금의 경우 동절기 난방비 부담, 전기요금 인상 등을 감안해 내년 1분기에는 요금을 동결하고, 2분기 이후 요금 인상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정부는 취약계층에 대한 가스요금 감면 폭을 기존 6000∼2만4000원에서 9000∼3만6000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는 지원 단가를 올해(12만7000원)보다 6800원 많은 19만5000원까지, 연탄쿠폰 단가는 7만4000원 증가한 54만6000원까지 올린다.
등유바우처 지원 단가는 올해보다 두 배가량 많은 64만1000원까지 올리기로 했다.
에너지 효율 향상 사업 예산도 증액해 뿌리기업 1천개사와 농사용 고객 1800호의 설비 교체를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28일 한국전력 회사채(한전채) 발행 한도를 최대 6배까지 늘려주는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한국가스공사 회사채 발행 한도를 기존 4배에서 5배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국가스공사법 개정안도 이날 함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