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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에너지 중국 독점 심각, 서구 脫중국 박차

친환경 에너지 관련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석유산업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큰 상태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한 이후 석유와 가스를 수입하는 국가들 가운데 생상국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친환경 에너지 관련 글로벌 공급망이 이보다 훨씬 더 취약하게 구축돼 있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리튬이온배터리에 사용되는 코발트의 경우,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시칠리아 기반 태양광발전 모듈은 70%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전기차용 배터리도 전 세계 생산량의 4분의 3이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주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가 발표한 이러한 수치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필요한 글로벌 공급망이 얼마나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중국의 세계 친환경 에너지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과 비해 OPEC이 전 세계 원유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90년대 초 이후 40% 선에 머물고 있다고 골드만삭스는 분석했다.

여기에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생산량까지 합쳐도 전체의 60% 수준이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면에서도 지금 당장은 OPEC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지만 에너지 전환이 진전될수록 친환경 에너지 관련 공급망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중국이 친환경 에너지 기술에서 주도권을 확보한 데는 수년간에 걸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한데다 값싼 전력과 노동력, 부동산에 대한 접근도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중국 풍력 발전
중국 풍력 발전 [XINHUA/연합뉴스 제공]

중국 정부는 이미 10년 전부터 친환경 에너지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산업 육성에 매진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NEF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태양광 패널 및 풍력 터빈 등 전 세계 친환경 에너지 관련 신규 공장 투자의 80% 정도가 중국에 의해 이뤄졌다.

지금까지는 중국의 저비용 생산과 고도로 통합된 공급망 덕에 전 세계가 청정에너지 생산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대형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생산되는 전기 비용은 설치 국가에 따라 최대 90%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정학적인 긴장이 고조되면서 서방 국가들은 반도체와 친환경 에너지와 같은 민감한 산업의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중국 의존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됐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청정에너지 산업 육성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으며 유럽도 청정에너지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WSJ은 그러나 미국과 유럽이 친환경 에너지 제조공장을 건설하려면 중국보다 최대 6배나 큰 비용을 써야 하며 높은 인건비 등으로 인해 운영비도 중국보다 많이 들어간다면서 비용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이 높아지면 운영 비용도 더 많이 들고 구성 요소 가격이 상승한다. 가령 서구산 전해조는 중국산보다 5배나 비싸다.

WSJ는 이에 따라 세계 경제가 탈탄소화하는 전체 비용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매체는 재생 에너지가 궁극적으로 에너지 요금을 낮출 것이라는 희망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바람과 태양 에너지는 무료지만 이를 활용한 산업 생산 비용은 무료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