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가 수출이 위축된 가운데 내수 둔화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간한 '3월 경제동향'에서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게다가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마저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지난달 경제동향에서 '경기 둔화가 심화하고 있다'며 이전보다 한층 부정적인 평가를 한 바 있는데, 이달에는 이러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우리 경제에 대해 "수출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소비, 투자 부문이 둔화되고 있어서 경기 부진이 진행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지역별로는 대중국 수출이,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악화되면서 반도체 관련 제조업이 부진했으며 이와 관련 설비 투자도 진행되 않고 있으며 제조업 관련 고용도 악화되고 있어 수출이 경기 상담한 부담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주동력인 수출이 대(對)중국 수출 과 반도체 중심으로 부진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7.5% 감소해 5개월째 뒷걸음질 쳤다. 일평균 수출로는 15.9% 줄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일평균 수출액이 31.1%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대중국 일평균 수출액이 지난해 12월 27.0%, 올해 1월 29.8%, 2월 31.1%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일평균 수출액이 전달(2월) 43.2%에서 47.7%로 감소폭이 커지면서 1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제조업은 반도체 중심으로 생산이 대폭 감소하고 재고는 급증하는 등 위축됐다.
무역수지는 -126억 5000달러에서 -53억 1000 달러로 적자폭이 축소됐고 1월 교역조건은 전월(-5.0%)와 유사한 -5.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1월 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은 1년 전보다 12.7% 감소했다. 반도체 생산 감소율은 33.9%에 달했다.
광공업 생산 감소에 전산업생산은 0.8% 줄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소매판매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서비스업 생산 증가세도 완만해지는 등 소비도 둔화됐다.
1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2.1% 줄어 석 달 연속 감소하고 서비스업 생산은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설비투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부진 지속으로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1년 전보다 3.9% 감소하고 건설기성은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낮은 수준에 그쳤으며 반도체 관련 투자 선행지표도 부진했다.
KDI는 주택 인허가가 45.9% 감소하고 착공은 17.2% 감소하는 등 주택 경기의 하락으로 향후 건설투자의 회복이 제약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늘면서 서비스업 관련 심리지수는 개선됐으나 실물지표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이달 비제조업 업황에 대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 지수는 계절조정 기준 74로 지난달(72)보다 2포인트 올랐다.
중국인 관광객 유입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한 결과로 보인다고 KDI는 설명했다.
그러나 제조업 업황 BSI 전망지수는 지난달 66에서 이달 65로 하락하는 등 실물 경기로의 기대는 제한되는 모습이었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노동시장은 제조업 경기 부진 영향으로 취업자 수 증가폭이 축소 되는 등 고용 증가세가 악화됐다.
1월 취업자 수는 제조업 중심으로 전월(50만 9000명)보다 증가폭이 축소된 41만1000명 증가했다.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공급 측면의 물가 압력은 점차 줄었으나 내수도 둔화되면서 상승폭이 축소됐다.
2월 소비자 물가는 전월(5.2%)보다 낮은 4.8%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융시장은 미국의 통화긴축 기조 강화에 대한 기대로 시장금리와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였으나, 단기자금시장과 회사채시장은 안정된 모습을 유지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4로 전월(99.8)보다 하락했으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98.5로 전월(98.8) 대비 소폭 떨어지면서 경기부진을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