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숨진 채 발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모 씨의 유서에 이 대표를 향한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현재 이 대표 등과 관련된 각종 의혹 사건으로 인한 피해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사망한 전씨는 이헌욱 전 GH 사장의 사퇴로 사장 직무대행을 맡다가 지난해 12월 말 퇴직했다.
전씨는 퇴직 전후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서 조사받았다.
이 대표는 2014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푸른위례 등 4개 기업의 후원금 133억5천만원을 유치하는 대가로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성남FC 의혹' 사건 조사를 위해 지난해 12월 26일 전씨를 불러 한 차례 영상 녹화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이후 별도의 조사나 출석 요구는 없었다고 밝혔다.
전씨의 유족은 "(전씨가) '성남FC 의혹' 사건으로 퇴직 전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앞두고 있던 조사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씨가) 매스컴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전씨는 지난 1월 31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에서 이름이 거론된 바 있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쌍방울 전 비서실장 A씨는 "2019년 5월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이 김성태 회장 모친상에 조문을 왔다"고 증언했다.
이런 내용은 '김성태 모친상 때 이재명 측근이 대리 조문'이라는 등의 제목으로 언론에 보도됐는데, 이후 조문 당사자로 지목된 전씨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전 부지사와 관련한 검찰의 조사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전씨가 숨지기 전에 보인 별다른 특이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전씨가 쓴 노트 6쪽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전씨는 유서 첫 장에 이 대표를 향한 심경을, 나머지 다섯 장에는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과 가족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각각 썼다.
전씨는 유서에 "(이 대표는)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나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 "(사건 당시) 행정기획국장이어서 권한도 없었는데, 피의자로 입건됐다",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고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이 유서 공개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어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파악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믿을 수 없는 부고를 접했다. 내가 만난 공직자 중 가장 청렴하고, 가장 성실하고, 가장 헌신적이고 가장 유능했던 공직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씨는) 검찰의 압박수사에 매우 힘들어했다"며 "검찰 특수부 수사 대상이 된 사람들이 왜 자꾸 극단적 선택을 하겠느냐. 없는 사실을 조작해서 자꾸 증거를 만들어 들이대니 빠져나갈 수 없고, 억울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경찰은 전씨에게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시신 부검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유족의 동의가 필요하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이 유서 내용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와 유서에 관해서는 어떤 말도 해줄 수 없다"며 "시신 부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