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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건조특보 속 산불 '초비상'…지자체들 대비 어떻게

최근 봄철 건조한 날씨와 함께 전국 각지에서 산불이 잇따라 발생해 산림 당국과 지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산불 예방 대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일부 지자체는 산불이 발생한 시·군에 페널티를 부여하기로 하면서 "책임 떠넘기기"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산림청 산불 통계 현황에 따르면 최근 10년(2012∼2021년) 동안 한 해 평균 481건의 산불이 발생해 1087㏊의 산림이 소실됐다.

이 중 3월과 4월에 발생한 건수는 각각 123.6건, 105.5건으로 전체의 47.6%에 달했다.

강원도에서는 최근 10년 동안 3∼4월에 발생한 산불로 축구장(7140㎡) 1560개에 달하는 1113㏊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올해에도 지난 14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총 262건의 산불 중 113건(43.1%)이 이번 달 14일 동안 발생했다.

봄철은 주로 대기가 건조해 산림이 머금고 있는 수분이 적어 작은 불씨에도 큰 화재로 번질 위험이 크다.

또 행락 철을 맞아 등산객이 늘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위한 소각이 늘면서 산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편이다.

지난 8일에는 경남 합천군 용주면 일대 야산에서 불이 나 올해 처음으로 '산불 3단계'가 발령됐다. 이 불은 축구장 228개 면적을 태우고 약 20시간 만에 진화됐다.

지난 12일에는 경남 하동군 화개면 지리산국립공원 구역에서 산불이 나 21시간 만에 꺼졌다.

이 화재로 축구장 127개 면적이 불에 탔으며 60대 산불 진화대원 1명이 심정지 증세로 쓰러져 숨졌다.

최근 10년 동안 발생한 산불의 원인은 입산자 실화가 161.7건으로 33.6%를 차지했다.

또 논·밭두렁 소각과 쓰레기 소각도 각각 67.2건(13.9%), 63.7건(13.2%)을 차지했다.

지난 10일 청주시 상당구 야산에서는 한 농민이 영농부산물을 태우다 산불이 나 1시간 30분 만에 큰불이 잡히기도 했다.

산불 진화
▲ 산림 당국이 8일 오후 경남 합천군 월평리 일원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경북도는 주요 산불 원인인 영농폐기물 등 소각 행위 집중 단속에 나섰다.

지난 8일부터 오는 5월 15일까지 지정된 시설 외에서 소각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발령하고 계도 중심이던 산불 예방 활동도 단속 중심으로 전환했다.

산불 방지를 위한 행정 명령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시는 10개 구·군별로 자체 운영한 산불감시 폐쇄회로(CC)TV 시스템을 통합해 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경기도는 산불 진화 헬기 20대를 시·군에 분산 배치하고 산불 전문 예방 진화대 945명을 전진 배치해 순찰과 기동력을 강화했다.

부산시는 산불 다발 지역 등산로 110곳을 입산 통제구역으로 정해 관리하고 산불 취약지역 603곳을 중심으로 감시 인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한다.

울산시와 충북도는 산불 특별대책 기간을 정해 소각행위를 자제하도록 계도 및 홍보 중이다.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일대에서는 지난해 방화로 의심되는 산불 7건이 발생해 지자체가 지난 1월 신고 포상금 1천만원을 내걸었다.

충남도와 경기 용인시는 산불방지대책본부를 꾸려 운영에 들어갔다.

전북도는 비상근무 체계로 전환하고 주말에는 기동단속반을 편성해 집중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다.

경남도는 지난 10일 '산불 예방·대응 특별대책'을 발표하면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시·군에 예산상 불이익 등 '페널티'를 부여하기로 했다.

시·군에 특별조정교부금이나 도비 보조금 지원율 감소 등의 페널티를 부과하고 책임 공무원에 대한 인사 조처 등 문책도 할 방침이다.

이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산불 진화에 나선 이들을 치하하거나 인센티브는 못 줄망정 벌을 주겠다고 한다"며 "산불 예방을 위해 전문 용역을 시행해 과학적 대책을 세우는 것은 경남도가 해야 할 일이다. 인사권과 예산권을 쥐고 협박한다고 산불이 예방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경남도는 "책임 공무원이 맡은 업무에 사명감을 갖고 산불 예방에 적극 대응하라고 주문한 것"이라며 "업무 소홀로 대형 산불로 확산할 경우 적절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인사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숫자 늘리기식의 정책은 실효가 없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것이 산불 감시원과 산불 전문 예방진화대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6개월 이내 기간 계약을 맺고 한시로 운영되는 자원이다. 연령대도 50대 이상이 다수를 차지한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업무 전문성과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은 "이들은 지역 주민들과 대부분 아는 관계라 산불 예방 제재가 잘 안된다"며 "열심히 다닐수록 유류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해 실효가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소각이 산불 원인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지자체마다 이에 맞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황 소장은 "마을마다 소각 처리되는 양을 면밀히 파악해 주민들이 태우는 영농부산물을 지자체에서 찾아 소각 처리해주는 방법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