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회장직 다시 복귀한 셀트리온 서정진

지난 2021년 3월 셀트리온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서정진 전 명예회장이 현재를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 회장직에 복귀하기로 했다. 셀트리온그룹이 위기에 처해 있다기 보다는 글로벌 경제 위기가 예상보다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에 대한 것이다.

서 회장은 29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태풍이 올 때 경험 많은 사람이 키를 잡는 게 좋다. 내년까지도 불확실성이 이어질 거라고 본다. 위기 상황을 오너가 가져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 복귀하게 됐다"며 "저희의 임원 정년퇴직 나이인 65세 인사 규정에 따라 은퇴를 했던 것이며 복귀 이후 안정화가 되면 전 다시 떠날 사람이다. 잠시 복귀한 것이다. 도약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셀트리온그룹을 둘러싼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생길 경우 소방수 역할로 다시 현직에 돌아올 것을 약속했었다. 그는 올 해가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해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하고 회장직 복귀를 통해 글로벌 탑티어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그룹 내 상장 3사인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은 지난 28일 진행된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서 회장을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공식 선임했다. 서 회장은 임기 2년 동안 경영 일선에 복귀해 셀트리온그룹 사업을 진두지휘할 계획이다.

간담회에서 그는 "셀트리온을 바이오시밀러 전문 업체로 이해하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미국에 오리지널 신약 허가 서류를 넣었고 셀트리온은 신약 출시 회사가 된다"며 "2024년 신약이 임상에 들어가는 게 10개쯤 된다. 이중 저희가 직접 하는 것도 있고 개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다국적 제약사와 공동으로 하는 것도 있다"고 전했다. 셀트리온은 2030년 까지 매출액을 바이오 60%, 오리지널 제품 40% 비중을 맞출 계획이며 바이오시밀러 선두주자이면서 신약으로 다국적 제약사와 어깨를 겨루겠다는 포부다.

직판망과 관련해 "그동안 이것을 해왔고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해 전 세계 직판망을 다 구축했다. 미국 시장은 유럽보다 제품 차별화만 있으면 좋은 시장이다. 램시마SC는 미국을 타겟으로 개발을 했던 것이었다. 미국서 약물 금액이 천차만별인데 신약으로 별도 임상을 해 가격 침식을 막으려 한다"며 "미국에서 2년 안에 3조원 이상을 올릴 준비를 해왔고 제가 진두지위 하며 최대 성과가 나오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신약 임상에서 가장 단계가 앞서 있는 램시마SC는 오는 10월 미국 신약 허가를 거쳐 연내 약가 등재 절차를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신약이라 등재 절차가 길지 않다고 했다.

그는 직판망 구축을 다 했는데, 직판망을 통해 의약외품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 회장은 "저희는 의약외품을 개발하진 않았었는데 동남아 등에서 제조할 계획이다. 병원에 의약외품이 200 품목이나 된다. 자신의 회사 크레딧으로 판다"며 "저희 브랜드도 미국에서 월드 클래스 다른 회사에 뒤지지 않는다. 이런 부분을 통해 사업을 확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직판망을 가지고 있으면 의약외품 사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존슨앤존슨도 의약외품 사업과 관련해 자회사를 가지고 있다. 퀄리티 보존만 하고 공장은 중국 등에 있다. 셀트리온도 브랜드 파워가 이런 회사들보다 낮지 않고 이에 시장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매출 대비 이익은 낮으나 아이템이 많고 직판망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격 진료와 관련해서는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준비를 많이 하고 있고 서진석 의장이 중심이 돼 계속 연구하고 있는 분야다"며 "AI를 통한 연구 캐파를 더 키울 것이다. AI 기술 이용 시 솔루션이 쉬워졌고 빅데이터 구축이 좀 더 용이해졌다. 기초 연구가 됐기 때문에 인력을 확충해 별도 연구소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했다.

비대면 진료에 대해 서 회장은 "코로나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많은 논쟁을 가지고 있다. 의사가 환자 얘기만 듣고 처방을 할 수는 없다. 모든 검사 장비가 병원에 있고 제대로 하려면 환자의 과거 의료 데이터가 의사에게 제공되야 한다. 집에서 검사한 데이터가 의사에게 제공되야 한다"며 "초진 환자에 대한 비대면 진료를 많은 의사가 걱정을 할 것이다. 비대면으로 갈 수 밖에 없긴 하나, 전 세계는 풀어야만 되는 공통적 숙제가 있다. 솔루션 제시에 대해 저희도 경쟁사에 뒤쳐지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과 관련해서는 가급적 빨리 종료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작년 부터 준비했고 준비 단계는 거의 다 끝났다. 저희의 잉여 자산으로 대규모 M&A 시장에 들어가기 위한 것이다. 올 해 상반기가 끝나면 10여개로 압축될 것이고 4-5조원의 재원으로 진행을 할 것"이라며 "금융 시장이 안정화 되는 때를 보고 있고 올 해 안에 합병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내 바이오 제품 제조·생산을 강화하는 내용의 '바이오 제조 행정명령' 시행과 관련,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서 회장은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진 않았는데, 제시가 되면 미국 행정부의 뜻도 의미있게 수용할 것이다"며 "전세계 글로벌 공급망을 정리해야 되기 때문에 미국도 글로벌 공급망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해 안에 미국이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셀트리온은 미국에서 9000억원 정도를 팔고 있다고 한다. 직판을 하다보니 미국이 더 중요해진 상황이다.

서 회장은 올 해는 작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최소 25-30% 신장할 것으로 봤다. 그는 "제가 가진 큰 장점은 전 세계 현장에서 직접 영업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병원 등과 대화가 가능하다"며 "한달을 미국, 유럽, 아시아·남미, 국내 등에서 한주씩 있게 될거 같다. 전 세계를 다니며 수시로 일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영업을 병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경영은 관리가 아니다. 관리는 관리자가 하는 것이고 경영자는 전략을 세우고 그 전략을 영업 현장에 접목 시켜야 한다. 가장 중요한건 현장에서 책임자가 현장 경영을 하느냐이다"라며 "영업팀 대신 제가 직접 약사, 간호사, 환우를 만나면 질문에 신뢰성 있게 답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있을 때 경영자가 영업·사업 현장으로 들어가는 게 맞다. 다른 그룹 총수도 이렇게 하고 있을 것이고 저 또한 그렇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벤처 기업으로 시작한 셀트리온을 국내 최대 바이오 기업이자 재계 45위 대기업으로 일궈냈다. 간담회에서 그는 "전 제가 성공한 사업가가 될지 몰랐다. 저는 회사를 만들어 직원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회사, 주주들이 후회하지 않을 회사를 목표로 했었다"며 "모든 주식이 저희 가족으로 된 게 없고 자회사도 그렇다.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부분도 전혀 진행하고 있지 않다. 이 회사는 제 것이 아니다. 저와 주주의 것이다. 셀트리온이 세계적 제약·헬스케어 기업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 회장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지키고 있다.

그는 "다시 돌아온 이상 그냥 나가진 않겠다. 사세가 달라진 회사를 만들고 떠나겠다. 왠만한 파도가 와도 견뎌내는 그런 회사를 만들고 떠나겠다"면서 "문어발 경영을 하지 않을 것이고 그룹 회장인 제가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 세계에서 영업을 뛰며 셀트리온을 도약시킬 것이다"고 전했다.



▲셀트리온그룹은 29일 오전 온라인을 통해 서정진 회장 경영 일선 복귀와 관련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 캡쳐=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사진 캡쳐=재경일보 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