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삼성전자 감산, 업황 반등 앞당겨도 강도 개선은 불확실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로 반도체 업황 반등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지만 반등 강도까지 개선되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나왔다.

반등의 강도는 결국 수요가 결정하는데 아직 가시적인 수요 회복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17일 '반도체 및 2차전지 산업 크레디트 이슈 점검' 주제로 진행된 웨비나에서 반도체 업황과 관련해 이같이 진단했다.

우선 삼성전자가 그간 '무(無)감산' 기조에서 입장을 선회해 글로벌 감산 행렬에 동참한 배경에 대해 김정훈 수석연구원은 "치킨게임으로 얻을 효익보다 비용이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요 회복 시기와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어 치킨게임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현재 반도체 산업이 시장논리가 아닌 안보논리로 흘러가는 상황도 감안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즉 "삼성전자가 치킨게임을 시작하면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 등 경쟁기업들이 타깃이 될 텐데, 반도체 산업이 국가안보와 연결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자국의 반도체 기업이 도산하도록 그냥 두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로 반도체 업황 반등 시기는 빨라질 것으로 봤다.

다만 김 수석연구원은 "현재는 업황 반등 시기뿐만 아니라 반등 강도도 중요한데. 삼성전자의 감산이 반등의 강도까지 개선할지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반등 강도는 수요에 달려있는데 수요 측면에서 아직 가시적 회복 동인을 찾기 어렵다"며 "업황 반등도 올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이뤄지기보다 완만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연합뉴스 제공]

한신평은 현재 반도체 업황의 다운사이클(하강 국면)은 과거와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주요 3사 합산으로 수조 원의 영업적자는 과거 수차례 반복돼 온 사이클에서 이례적"이라며 "공급 면에서는 과거보다 설비투자 중심의 공급능력 확대로 고정비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고, 수요예측 실패에 따른 기회비용도 증가했다"고 꼬집었다.

수요 측면에서도 "과거보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소수의 '하이퍼 스케일러'에 대한 매출 비중이 증가했다"며 "이들은 가격 탄력성에 기반한 구매패턴을 약하게 나타내고 있어 업황 변동성을 키운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도 주요 변수가 됐다.

김 수석연구원은 "미 반도체지원법으로 장기적으로는 중국 내 첨단 메모리 생산능력이 유의미하게 저하될 가능성이 있고, 국내 반도체 업체의 고정비 부담 확대나 운송비·검수비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 반도체 지원법이 국내 메모리반도체 업체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예상보다 강한 규제 강도로 생산 기반 조정을 위한 대응시계가 빨라지고 있고 투자 부담 수준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